과기부 “방역에 혼란 부추긴다” 자료 배포 당일 계획 보류시켜 
 “방역에 즉시 적용 어렵다해도 공개 제안 차단은 과도한 처사” 
기초과학연구원(IBS)의 한 연구원이 유전자를 증폭하는 기기를 이용해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IBS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 방식의 변화로 일상 생활에서의 불편함을 줄여보자는 과학계 제안에 정부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자칫 혼란만 부추길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지만 코로나19 대응과 관련, 정부측과 다른 학계 의견을 통제했다는 점에선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이 코로나19의 음성 여부를 실험실에서 간단히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11일 밝혔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라 불편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진단기법 도입으로 비감염자는 마음 놓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보자는 게 기본 취지다. 이 내용을 소개한 연구논문은 이날 오후 한국뇌신경과학회와 한국퇴행성신경질환학회에서 발간한 학술지 ‘실험신경생물학’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문제는 이 내용을 일반에게 알리기 위한 과정에서 불거졌다. IBS는 당초 논문을 상세히 설명한 보도자료를 이날 오전 소관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출입기자들에게 배포할 예정이었는데, 당일 갑자기 계획을 보류했다. IBS는 “자체 판단에 따른 조치”라고 밝혔지만, 전날 과기부로부터 ‘보류 의견’을 전달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과기부 관계자는 “IBS의 보도자료를 검토해본 결과 학술적으로는 의미가 있으나, 언론을 통해 일반에 알려지면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관리감독 기관으로서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IBS의 계획 포기를 종용한 셈이다.

현재 코로나19를 진단하는 방법은 ‘확실한 양성’을 찾아내는 방식이다.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들을 일단 격리한 다음 누가 진짜 양성인지를 일일이 확인하기 때문에 정확도가 높지만, 검사 대상이 한정돼 있다. 확진자와 가까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모두 격리되고, 동네에 확진자가 발생하면 주민 전체가 불안해지는데 별다른 해결책이 없다.

연구단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확실히 음성’인 사람을 별도로 판별해내자고 제안했다. 확진자 주변에 있었어도 음성인 사람은 먼저 가려내 안심시키고 양성일 가능성이 있는 사람만 격리해 기존 검사를 받게 하자는 의도에서다. 이창준 연구단장은 “막연하게 기다리고 걱정하는 동안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손실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대학이나 연구기관의 생물학 실험실에서도 자체 진단할 수 있도록 프로토콜(절차)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일부 검진기관에서만 가능한 현행 진단 방법보다 보편적이라는 의미다.

현행 진단 방법과 연구단이 제안한 방법은 모두 ‘분자진단’이다. 체내에 침투한 바이러스의 소량 유전자를 대량으로 증폭해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기법이다. 이 기술에 쓰이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유전자는 학계에 5개 정도 알려져 있는데, 보건당국이 승인한 진단키트는 검체에서 증폭한 유전자가 이 중 1, 2개와 일치하는 걸 확인해 양성이라고 판별한다. 반면 연구단의 프로토콜은 4개 유전자와 모두 일치하지 않는 걸 음성이라고 가려낸다.

물론 연구단의 기술은 기초단계이기 때문에 실제 방역 상황에 즉시 적용하긴 쉽지 않다. 과기부의 지적처럼 “일반 실험실이 의료기관과 협의 없이 진단에 나설 경우 방역에 혼란을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새로운 감염병이 언제 또 유행할지 모르는 만큼 더 효율적인 진단 체계를 다양하게 논의할 필요성이 있는데도 과기부에서 과학자들의 공개 제안을 사전에 차단한 건 과도한 처사였단 부정적인 시각 또한 나오는 게 사실이다.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은 터라 과기부가 부담을 느꼈을 것이란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이 단장은 “실험실 수준에서도 안전하게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진단하는 기술을 확보한 데 의의가 있다”며 “향후 학계에서 인정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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