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층 성당에 첫 확진자 방문 확인… 인근 신도림역 상가도 손님 끊겨
수도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한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코리아빌딩 맞은편 상가에는 11일 오전 적막감이 흘렀다. 에이스손해보험 콜센터의 첫 확진자로 확인된 서울 노원구 거주 여성이 상가 건물 8층에 있는 성당에 다녀갔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구로구의 4번째 확진자가 수 차례 점심식사를 한 곳도 상가 내의 한 식당이다.
2,000가구가 넘는 아파트에 둘러 쌓인 상가 건물에는 학원 병원 카페 식당 PC방 등 100개 이상의 가게가 몰려있다. 상가 관리실은 건물 전체에 대한 방역을 마쳤지만 대부분의 가게는 자체 휴업에 들어가 문을 닫았다. 8층은 아예 폐쇄돼 엘리베이터도 서지 않았다.
3층의 병원 관계자는 “지난 주말부터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말이 돌더니 이번 주에는 예약이 줄줄이 취소됐다”며 “안 그래도 신종 코로나 때문에 손님이 줄었는데 내일부터 당분간은 문을 닫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콜센터 확진자들이 출퇴근을 한 신도림역 주변 상가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문을 연 가게들에서는 손님의 모습을 찾기 어려웠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교통의 요지라 오가는 사람이 많기는 한데 정작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은 없다”며 “이 주변에서 확진자가 계속 나올 수 있다는 걱정 때문에 주민들은 집밖에 나오는 것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확진자와 스쳤을지 모른다는 불안감 탓인지 약국만은 인산인해였다. 이날 구로역 근처의 한 약국 앞에는 공적 마스크를 구하려는 이들이 100명 넘게 몰려 대기 줄이 상가 건물을 반 바퀴 정도 휘감았다.
확진자가 90명까지 늘어났지만 아직 최초 감염자의 감염 경로가 확인되지 않은 점도 불안감을 부추긴다. 콜센터 직원 중 5명이 신천지 신자인데, 신종 코로나 검사에서 모두 음성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중국인이 많이 거주한다는 지역 특성을 근거로 최근 입국한 중국인에 의한 감염이 아니냐는 섣부른 추측도 내놓고 있다. 구로구에서 20년 이상 식당을 운영한 김모(52)씨는 “구로역 뒤쪽부터 대림역까지는 오래된 다가구주택이 많다 보니 중국인이 많이 거주한다”며 “이 지역에 드나드는 중국인을 통해 확산됐는지도 모를 일”이라고 말했다.
구로구청도 추가 감염을 막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있다. 구청 관계자는 “서울시 및 방역 당국과 함께 최초 감염자가 누구인지, 어디서 감염됐는지를 파악하는 중”이라며 “아직까지는 신천지나 중국인과의 연관성에 대해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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