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지역 감염 단계를 넘어 세계적 대유행병(판데믹) 단계로 넘어갈 조짐을 보이자 미국 주요 대학들이 일제히 긴급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미국은 한국에 비해 확진자 수가 적고, 인구 밀집도도 상대적으로 낮기에 아직 모든 대학들이 이 같은 조치에 동참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명문 대학이 몰려 있는 동부 지역과 캘리포니아주에서 확진자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에 선제적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하버드·예일·스탠포드 대학교는 10일 홈페이지를 통해 봄 방학을 기점으로 모든 학부 과정을 온라인 강의로 전환한다고 공지했다. 프린스턴 대학교 역시 우선 4월 5일까지 온라인 강의로 수업을 진행하고 이후 상황에 따라 조치 연장 여부를 결정한다.
미국 주요 대학들의 1년 학비가 4천여 만원에 달하는 만큼 온라인 강의 전환 역시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뉴욕대학교에 재학 중인 마레다 마이클(19)은 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 학교를 다니기 위해 어마어마한 등록금을 내고 있는데, 학교 자체에 나오지 못한다면 완전히 돈 낭비라고 생각한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우리나라 대학가에서도 온라인 강의 전환 후 등록금 인하 및 환불 요청이 빗발쳤으니 충분히 예상 가능한 반응이다.
국내 대학들이 개강 연기 및 온라인 강의 전환을 발표했을 때 많은 논란이 일었던 것처럼 미국 교수·학생 사회 역시 갑작스러운 사태에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온라인 강의 전환과 더불어 기숙사 퇴거 조치를 취한 학교들도 많다. 봄 방학 기간 동안 각자의 집으로 간 학생들은 다시 기숙사로 돌아오지 못하고, 현재 기숙사에 남아있는 학생들은 다음 주중으로 전원 퇴거 당할 처지에 놓였다. 특히 기숙사 퇴거의 경우 감염병 예방을 위해 필수적인 조치이지만 짧은 시간 내에 새 거주 계획을 마련해야 하는 학생들의 고충이 크다. 하버드·예일 대학교의 경우 현재 15일까지 전원 퇴거를 명령한 상태다. 이는 공지가 나간 날인 오늘부터 불과 5일 후다.
외국인 유학생처럼 특수한 상황에 처한 학생들은 개별적으로 학교 학사과에 연락해 맞춤형 조치를 받아야 한다. 대학별로 일부 학생만 기숙사에 잔류하게 하거나 주거지 확보를 위한 금전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방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여부를 확인하려면 학교 측에 직접 연락해 자신의 상황을 증명해야 한다.
한국은 봄 학기에 새 학년이 시작되지만 미국은 가을에 학년이 시작된다. 이런 미국 학제 특성상 이번 조치는 학사년도 중에 발표된 것으로 더 큰 혼란이 되고 있다.
이한호 기자 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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