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를 위해 전국에 병상 1만개를 확보하겠다고 공표했다. 감염병 위기경보를 최고등급인 ‘심각’단계로 격상하면서 내놓은 약속이었다. 지역별 의료원을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운영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이후 보름이 넘은 11일, 신종 코로나 확진환자가 7,755명으로 치솟았지만 경증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병상이 얼마나 확보됐는지 정확히 아는 국민은 없다. 언론사들이 관련 질문을 열 차례나 던졌지만 정부는 제대로 된 수치를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다 이날에야 전국에 5,498병상이 확보됐고 이미 60.5%(3,327병상)가 사용 중이지만 민간 병원에도 가용병상이 있다고 밝혔다. 경증환자를 수용하기 생활치료센터가 포함됐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어 여전히 1만 병상 약속이 지켜졌는지는 알 수 없다.
서울 구로구 콜센터를 중심으로 대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한 뒤에도 정부는 유독 병상과 관련해서는 함구했다. 이날도 병상이 충분한지를 묻는 질문에 정부의 입장은 이랬다. ‘수도권은 의료자원이 풍부하고 대구ㆍ경북만큼 환자가 많이 발생하지 않아서 괜찮다’는 것. 그나마 덧붙인 말도 “서울과 인천 등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생활치료센터를 준비해 달라고 요청한 상황이고 우리도 함께 챙겨보겠다”는 수준이었다. 요약하자면 ‘대구ㆍ경북 외 다른 지역 병상 마련은 지자체에 맡겨놨으니 알아서 준비할 것’이라는 얘기다. 무책임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의료계에선 이미 지난달 중순부터 중증ㆍ위중환자 치료를 위한 병실을 확보하기 위해 경증환자는 호텔, 체육관을 활용해서라도 격리하자는 주장을 내놓고 있었다. 하지만 정부는 차일피일 미루다 실기했다. 그 사이 대구ㆍ경북에선 입원을 기다리다 숨진 희생이 잇따랐다. 정부는 지난 2일에서야 비로소 경증환자를 치료하는 생활치료센터를 가동했다.
정부 설명대로 수도권 사정이 대구와는 달랐으면 좋겠다. 다만 ‘대구의 생활치료센터에서 환자들이 퇴소하니 수도권에서 대규모 환자가 발생하면 대구로 옮길 수 있다’는 이날 정부 발표에는 쓴 웃음이 난다. 당초 지역별로 병상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던 이유가 환자의 이동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였다. 다른 지역 국민들은 경증이든 중증이든 안전한 공간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는지 불안할 수밖에 없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최근 우리나라 대응을 두고 “다른 나라의 모범이자 세계적 표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모범과 표준’에 관심 있는 국민들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다. “정부차원의 강력한 조치들이, 조금 과하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로 빠르게 시행될 필요가 있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1월 28일 발언에 견줘보면, 현재 대응이 과하지는 않은 것 같다.
김민호 정책사회부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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