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이 역대 최대 규모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가격 상승으로 가계의 자금수요가 몰린데다 대출규제가 시행되기 전 선(先)수요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11일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가 공개한 ‘2월 가계대출 동향’(잠정치)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은 901조3,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9조3,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2004년부터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가장 큰 폭의 증가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이 총 7조8,000억원 늘어나 전체 가계대출의 증가를 이끌었다. 주담대 증가액은 2015년 4월 기록한 8조원 이후 가장 컸다.
가계대출을 기록적으로 늘린 건 주로 부동산이었다. 한은은 당초부터 2월까지는 가계대출 증가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작년 12ㆍ16 부동산 대책이 나오기 직전 크게 늘었던 주택 거래량이 2월 통계에까지 반영되기 때문이다. 통상 주택매매 계약건은 2~3개월 시차를 두고 잔금 납부 및 대출 실행으로 이어진다.
전세대출 역시 규제 시행 이전에 수요가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2월 한 달간 전세자금 대출은 3조7,000억원 늘어 지난달(2조3,000억원)보다도 1조원 이상 높았다. 정부는 전세자금 대출이 신규 집 구매에 사용되는 ‘갭투자’를 규제하고자 9억원 초가 주택보유자에 대한 보증을 제한하는 등 강도 높은 전세대출 규제를 1월 20일 전세대출 신청 건부터 적용했다. 여기에 전셋값 상승과 전세거래 증가도 대출 증가에 영향을 끼쳤다. 한은 관계자는 “전세 거래량 증가와 함께 규제 강화 전 대출을 받으려는 선수요 영향이 두드러졌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시행으로 인한 2금융권에서의 ‘대출 갈아타기’도 은행 주담대를 더 늘리는 요인이 됐다. 2월 2금융권의 주담대는 9,000억원 감소했다.
가계대출 중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은 지난달보다 1조5,000억원 증가했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 1월 설 연휴 때 사용한 결제자금 수요가 늘고, 주택거래 관련 자금 수요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한은은 다음달부터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대출이 확대될 가능성도 주시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2월 중 코로나19 확산이 가계대출 등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며, 자금수요는 가계대출보다는 개인사업자 등 중소기업 대출에 더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