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당국이 자정을 넘긴 16시간짜리 ‘마라톤 회의’를 펼쳐가며 일본 수출규제 해결 방안을 논의했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1일 제8차 한일수출관리정책대화 결과에 대해 “양측은 한국의 제도 개선을 포함한 양국의 법적 및 제도적 수출관리 역량 강화 계획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또 “양국의 수출관리와 기술 이전 관리가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협력을 강화해나가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발표만 놓고 보면 지난해 12월 일본 도쿄에서 있었던 7차 수출관리정책대화에서 크게 진전된 내용이 없다는 평이 나온다.
수출관리정책대화는 지난해 7월 일본이 단행한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논의하는 자리다. 원래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던 8차 정책대화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양국의 입국제한 조치 여파로 영상회의로 변경됐다. 10일 오전 10시에 시작한 회의가 자정을 넘겨 이날 오전 2시경 끝났을 정도로 한일은 여러 현안을 놓고 팽팽하게 맞섰다.
한국은 이날 일본에 수출규제 원상회복을 강하게 요구했다.
일본이 수출규제의 명분으로 내세웠던 △양국 간 정책 대화가 일정 기간 열리지 않아 신뢰 관계가 훼손된 점 △재래식 무기에 전용될 수 있는 물자 수출을 제한하기 위한 ‘캐치올 규제(무기로 전용 가능한 물자의 수출을 제한)’가 미비한 점 △수출심사ㆍ관리 인원 부족 등 3가지가 모두 해결됐기 때문이다.
양국 간 정책 대화는 재개됐고 한국은 캐치올 통제 관련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 6일 대외무역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어 전략물자관리원 인력을 14명(25%) 늘렸고 산업부 무역안보 조직도 ‘과’에서 ‘국’ 단위로 확대 개편하기로 했다.
그러나 일본은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하며 수출규제를 언제 끝낼지 답을 하지 않았다. 코로나19 여파로 양국이 차례로 출입국 규제를 강화하는 등 최근 급속도로 냉랭해진 양국 분위기도 이날 대화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산업부가 ‘향후 양측은 3개 품목과 화이트리스트에 대해 대화와 소통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합의한 건 소득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 7차 회의 때는 이 문구가 없었다. 국가 간 협상에서는 문구와 표현, 용어 하나하나를 갖고 양 측이 극도로 예민하게 줄다리기한다는 점을 미뤄봤을 때 다음 회의에서 수출규제를 본격 논의하기로 한일이 약속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9차 정책대화는 양국이 합의한 날짜에 한국에서 열릴 예정이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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