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규정 따르면 탄도미사일급… 안보리 결의 위반 무력 시위
“北 내부결속 목적 훈련에 일일이 대응 땐 반발만 커져”
최근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시험이 계속되면서 정부 대응이 딜레마에 빠졌다. “자위적 목적의 군사훈련”이라고 주장하는 북한의 논리와 발사가 금지된 미사일 ‘무력시위’라는 현실 사이에서다. 전문가들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 북미 비핵화 협상 진전이라는 큰 틀 속에서 소모적 논쟁 대신 남북 군사대화의 전기를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9일 함경남도 선덕 일대에서 인민군 전선 장거리 포병 구분대 화력타격훈련을 지도했다”고 10일 보도했다. 통신은 발사체 종류를 상세히 밝히지 않았지만, 공개된 사진을 보면 지난 2일과 유사하게 240ㆍ300㎜ 등 초대형 방사포와 170㎜ 고사포 등을 섞어 쏜 것으로 추정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006년 대북제재 결의 1718호 채택 이후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금지하고 있다. 한미 군 당국이 초대형 방사포를 탄도 미사일급으로 평가하고 있는 만큼 이번 사안도 엄밀히 따지면 안보리 결의 위반에 해당하는 북한의 무력시위다.
하지만 북한은 “방사포병의 통상적인 훈련마저도 규탄 대상이고 결의 위반이냐”(7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라는 반박 논리를 앞세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미국 본토를 위협하지 않는 북한 단거리 미사일에 대해선 크게 신경쓰지 않는 상황이기도 하다. 실제 2일 방사포 발사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관련 질문에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에 반응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북한의 핵실험이나 장거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전략 도발이 아닌 이상 북한이 핵ㆍ미사일 모라토리엄(시험 및 발사 유예) 약속을 깨지는 않은 것으로 보겠다는 의미다.
정부는 대응 전략 마련이 고민이다. 3일 발표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담화에서 보듯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정부의 유감 표명→북한의 대남 비난’ 공식이 반복되면 남북관계도 진전이 어렵기 때문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한국은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보다 더 위협적이고 정밀한 단거리 미사일을 보유하는 등 국방력 우위에 있다”며 “북한의 내부 결속 목적 훈련에 정부가 일일이 대응하면 반발만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북한과 불필요한 논쟁을 하기보다 비핵화 협상으로 가기 위한 단계적 전술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의 핵실험이나 ICBM 도발을 막고 비핵화를 이끌어내겠다는 목표는 유지하되 북한의 통상적 군사 훈련 대응에는 수위를 달리해야 한다는 얘기다. 남북이 2018년 9ㆍ19 군사합의에서 상호 적대 행위를 금지하기로 한 만큼 북한의 군사훈련 문제에는 남북 군사대화 제의로 풀어가는 방식도 거론된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은 “정부가 도발과 훈련의 경계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단거리 발사체 관련 대응은 9ㆍ19 합의에서 약속한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열어 논의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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