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지시, 조만간 합의할 듯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려로 한국인 입국에 빗장을 걸었던 100여개 국가에 우리 기업인이 입국할 수 있는 길이 조만간 다시 열릴 전망이다. 코로나19 진단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은 기업인의 경우 ‘예외적 입국’을 허용하는 절차를 통해서다. 베트남과 협의를 사실상 마무리한 정부는 기업인 입국 수요가 많은 다른 주요 국가들과도 막바지 협의를 진행 중이다.
10일 복수의 정부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정부는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았다는 ‘건강상태확인서’를 발급 받은 한국 기업인의 베트남 입국이 가능하도록 베트남 정부와 협상을 진행해왔고, 조만간 최종 합의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은 지난달 29일부터 한국 및 이탈리아 국민 무비자 입국을 불허하고 있으며, 신규 노동비자 발급은 사실상 중단한 상태다.
베트남은 최근 ‘국가가 발급하는 건강상태확인서’가 있는 경우에 한해 기업인들의 방문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전달했고, 정부는 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에서 건강상태확인서를 발급하겠다고 답변한 상태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국인이 코로나19 유입 및 확산과 무관하다는 점을 정부가 보증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일산병원이 낙점된 이유는 해당 병원이 일반환자와 호흡기질환자의 진료구역을 구분, 병원 내 바이러스 감염 가능성을 차단하는 국민안심병원으로 지정돼 있고, 접근성도 나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베트남과의 협의는 성사 단계에 있다”며 “다만 우리 정부는 건강상태확인서 발급 병원 숫자를 늘려서 입국 희망자 편의를 확대하기를 바라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정부가 베트남 설득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삼성, LG 등 국내 상당수 제조사의 생산기지가 이곳에 몰려있기 때문이다. 또다른 정부 관계자는 “베트남에 현지 공장을 둔 기업들로부터 (입국 제한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요구가 상당했다”고 말했다. 가령 삼성디스플레이는 생산라인 개조에 투입할 엔지니어 700여명을 베트남으로 보내지 못해 난항을 겪고 있다고 한다.
또 베트남 사례를 적용해 다른 국가들의 입국 제한 조치도 완화해보겠다는 생각이다. 한국 기업인이 입국해야 그 나라 경제 상황에도 도움이 된다는 논리를 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문재인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기업인의 경우 건강상태확인서를 소지할 경우엔 입국을 예외적으로 허용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소개했다. 이러한 지시는 9일 수석ㆍ보좌관회의에서 나왔다고 한다.
문 대통령이 나서 입국 제한 문제를 해결하라고 신신당부한 건 한국 대상 입국 제한 조치가 확대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기도 하다. 업계에선 특히 미국이 관련 조치를 취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상당히 크다고 한다. 정부 관계자는 “국내 방역 조치에 대해 미국과 충분히 공유를 하고 있고 미국도 한국의 노력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미 한국인 기업인 입국을 허가한 국가도 일부 있다. 다만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한두 곳 정도 국가에서 예외를 인정 받았다”면서도 어느 국가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국가 별로 터키, 중국, 베트남, 인도, 쿠웨이트, 카타르 등에서 (기업인 입국 관련 애로사항이) 접수되고 있다. 건강상태확인서 등을 통해 편의를 봐줘서 기업 활동에 지장이 없도록 해달라고 교섭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외교적 노력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는 있지만 당분간 예외적 입국 허용 논의 대상은 기업인으로 한정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관광 수요가 많은 베트남의 경우도 우선 기업인 입국만 논의 테이블에 올릴 전망이다. 정부 관계자는 “몰디브 등 관광 수요가 많은 국가들보다는 산업적으로 교류가 많은 국가들이 협상 우선순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관계부처에 “외교부 자체 노력도 필요하지만, 전 부처가 적극적으로 도와줘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입국 제한 조치를 결정하는 주체가 각국 방역 당국인 만큼 외교 당국 만이 아니라 방역 당국 간 소통을 해야 이 문제를 풀 수 있다는 취지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하노이=정재호 특파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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