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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센터發 코로나 집단감염… 수도권 경보음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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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센터發 코로나 집단감염… 수도권 경보음 커졌다

입력
2020.03.11 01:0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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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로 콜센터 86명 확진… 中입국자ㆍ신천지 이어 3차쇼크 우려 

 전국 745곳 콜센터 방역 강화 필요, 체육시설ㆍPC방도 사각지대 

서울 구로구 콜센터 관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최소 50명으로 확인된 10일 오후 콜센터가 입주해 있는 건물 앞 선별진료소에서 건물 입주민 등 관련자들이 바이러스 진단을 받고 있다. 이한호 기자
서울 구로구 콜센터 관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최소 50명으로 확인된 10일 오후 콜센터가 입주해 있는 건물 앞 선별진료소에서 건물 입주민 등 관련자들이 바이러스 진단을 받고 있다. 이한호 기자

바이러스는 빈틈을 놓치지 않았다. 정부 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방역에 대한 낙관적인 판단을 내놓기 무섭게, 이번엔 대구ㆍ경북지역이 아니며 신천지와도 관련 없어 보이는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보험회사 콜센터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너비 1m가 채 되지 않는 책상을 사이에 두고 직원 200여명이 다닥다닥 붙어 앉아 종일 통화업무를 하는 밀집 공간. 첫 발병 환자로 보이는 직원이 신종 코로나 확진판정을 받은 것은 지난 8일이다. 이 환자와 공간을 공유한 같은 층 직원들에 대한 검진이 시작된 지 불과 이틀만인 10일 오후 콜센터 직원 80명 이상이 확진환자가 됐다. 이들 환자의 주거지는 서울 12개구, 인천, 경기 등으로 광범위해 수도권으로 신종 코로나가 급격히 확산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에 신천지 신자 한 명을 놓쳐 대구ㆍ경북에서만 6,700여명의 확진환자가 발생한 ‘신천지 발’ 집단감염 사태가 자칫 서울 한복판에서 재연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국 745곳(종사자 7만6,225명ㆍ2018년 통계청 전국사업체조사)에 달하는 콜센터는 물론 PC방 등 밀집도가 높은 도심의 실내공간들이 대규모 집단감염의 ‘사각지대’로 방치되어 있다며 당국의 철저한 방역 강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저작권 한국일보] 에이스손해보험 콜센터 관련 확진자 거주지 현황. 그래픽=송정근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에이스손해보험 콜센터 관련 확진자 거주지 현황. 그래픽=송정근 기자

10일 서울시와 경기도, 인천시에 따르면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코리아빌딩 11층 에이스보험 콜센터에서 신종 코로나 집단 감염이 발생해 이 층에서 근무하는 직원 207명에 대한 확진 검사가 진행됐고, 이날 오후 8시 현재 직원과 이들의 가족 등 86명(서울 57명ㆍ경기 14명ㆍ인천 15명)이 확진판정을 받았다. 단일 공간 환자발생 규모 면에서 신천지(4,710명ㆍ이하 10일 0시 기준)와 경북 청도군 청도대남병원(119명), 충남 천안시 줌바댄스(106명)의 뒤를 잇는 서울ㆍ수도권 발생 최대 집단감염 사태다. 보건 당국은 11층 근무 직원들과 더불어 같은 회사 소속으로 동일한 건물 7~9층에서 일하는 직원 등 총 700여명에 대한 전수 확진검사에 착수했다. 지자체는 11층을 포함한 1~12층 영업시설과 사무실을 전면 폐쇄하고 13~19층 거주 140여 가구 주민들에게는 자가격리 조치를 내렸다.

당국의 초기 조사에 따르면 이들 콜센터 직원은 협소한 환경에서 업무를 하면서도 마스크를 대체로 착용하지 않았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 부본부장은 이날 오후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이들 콜센터 직원은 전화 응대를 해야 하는 업무특성상 마스크를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고 말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좁은 공간에서 빽빽하게 모여 일하는 콜센터 업무의 특징이 피해를 키웠을 것”이라고 봤다.

[저작권 한국일보] 서울 구로구 콜센터 관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80명을 넘어선 10일 오후 콜센터 업체 사무실이 폐쇄돼있다. 이한호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서울 구로구 콜센터 관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80명을 넘어선 10일 오후 콜센터 업체 사무실이 폐쇄돼있다. 이한호 기자

서울 콜센터와 직접 관련은 없지만 대구 달서구의 콜센터 직원 5명도 수일에 걸쳐 신종 코로나 확진판정을 받은 것으로 이날 전해졌다.

콜센터 집단감염은 전통적인 감염 취약지로 꼽히는 학교의 개학을 미루고, 종교시설도 모임을 자제하는 상황에서 나타났다. 중국 입국자(1차 충격), 신천지 대구교회(2차 충격)에 이은 3차ㆍ4차 충격이 정부당국의 직접적 손길이 닿기 어려운 사각지대에서 발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보여준다. 권 부본부장은 이런 배경에서 “연결고리가 분명치 않은 집단감염이 서울ㆍ경기에서 발생할 경우 제2의 신천지 사태 같은 폭발적 증폭집단이 발견될 우려가 있다”고 인정했다.

최원석 고대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콜센터뿐만 아니라 여러 명이 모여 실내에서 일하는 사무실이라면 어디든 감염병 취약 공간으로 봐야 한다”며 “산업을 생각하면 이런 시설을 전부 닫는 게 불가능해 감염 관리가 더 어렵다”고 말했다.

개학 연기로 학교에 안 가는 청소년들이 몰릴 수 있는 PC방과 노래방, 건강 걱정을 비교적 덜하는 젊은이들이 모이는 클럽, 체육시설 등도 행정력이 미치기 어려우면서 감염에 취약한 곳이다. 최원석 교수는 “PC방이나 클럽은 사무실과 달리 꼭 가야 하는 곳이 아니므로 감염병 확산 때는 개개인이 가지 않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령의 기저질환자들이 모인 병원, 요양병원, 사회복지시설의 철저한 감염 관리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재갑 교수는 “이런 시설은 집단감염 발생 위험도 높고, 일단 감염이 발생하면 사망자가 많이 나올 수 있다”며 “직원을 포함해 모든 방문자에 대한 극도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병원의 집단 감염을 예방하는 것이 최우선이지만 방역당국은 사람이 모이는 곳이면 어디든 집단 감염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콜센터 사태는 3차 파도의 징조가 될 수 있다”라며 “코인노래방, 클럽, 콜라텍 등에는 휴업을 권고하겠다”고 말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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