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여파로 증시가 연일 크게 하락하자 금융당국이 ‘공매도’ 규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공매도 과열 종목 지정을 확대하고, 해당 종목의 거래 금지 기간을 늘려 시장 불안에 편승한 투기적 거래를 막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전례 없이 커진 만큼 ‘한시적 공매도 금지’와 같은 더욱 강도 높은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 범위 확대
10일 금융위원회는 앞으로 3개월 간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 대상을 확대하고, 대상 종목의 거래 금지 기간을 늘리는 방안을 발표했다.
당일 주가가 5%이상 하락한 코스피 종목의 공매도 거래대금이 평소 대비 3배(종전엔 6배) 이상 증가한 경우 과열종목으로 지정하고, 코스닥은 그 기준을 2배(종전에 5배)로 낮췄다. 과열종목으로 지정된 주식의 공매도 금지기간을 현행 1거래일에서 10거래일(2주)로 연장했다.
공매도는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실제로 주가가 하락할 경우 싼 가격에 주식을 다시 사들여 빌린 주식을 갚는 식으로 차익을 얻는 투자 기법이다. 하락장에서 자금 유입을 유도하는 순기능은 있지만, 사실상 공매도 세력이 수익을 극대하기 위해 하락세를 더 부추겨 개미들의 피해를 키운다는 비판도 받아왔다.
실제로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폭락장에서 공매도 세력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코스피 시장에서 지난달 하루 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은 5,091억원으로 1월보다 28.4% 늘었다. 지난해 하루 평균 공매도 거래대금 3,180억원과 비교하면 60.1%나 증가한 수치다. 금융위는 과열종목 지정 범위가 늘고, 금지 기간도 10배로 늘어나는 만큼, 사실상 공매도를 일정 부분 금지하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시적 공매도 금지’ 주장도
그러나 최근 세계 금융시장의 변동성에 비춰볼 때 이번 조치의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목소리도 적지 않다. 사실상 ‘금융위기급’ 상황으로 번지고 있는 만큼 나한시적으로나마 공매도를 금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이유다. 앞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당시 두 차례 한시적으로 공매도 금지 조치가 시행된 바 있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금은 코로나19로 전체적인 투자 심리 위축과 경기 전망의 불확실성 등이 시장 전체에 대한 불안 심리가 시장을 짓누르고 있어 한시적 공매도 금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 이날 성명서를 내고 “국내 주식시장 안정과 보호를 위해 과열종목 강화 수준이 아닌 한시적 공매도 금지 조치를 즉각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위는 당장 공매도 금지 방안을 실행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주요국에서 공매도 금지 조치까지 내리진 않고 있어서다. 금융위는 “준비된 비상계획에 한시적 공매도 금지 조치 등이 포함돼 있는 만큼 상황에 따라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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