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 비말 저항 나노기술 확보
선박 기름유출 처리 기술을 응용
KIST 연구진이 개발한 김 서림 방지 고글과 비말 저항성 마스크를 마네킹이 착용하고 있다. KIST 제공

조만간 바이러스가 포함된 침방울(비말)을 튕겨내는 마스크가 등장할 전망이다. 이 마스크 제작에 필요한 기초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되면서다. 이에 따라 수많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들을 돌보면서 감염 위험에 노출되는 의료진을 위한 기능성 마스크 생산도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계산과학연구센터 연구진이 비말 저항성 마스크와 김서림 방지 고글을 제작할 수 있는 나노기술을 확보했다고 10일 밝혔다. 이 기술엔 마스크와 고글에 쓰이는 플라스틱 소재를 나노미터(10억분의 1m) 수준에서 가공해 물에 대한 특성을 극대화시키는 원리가 적용됐다.

현재 시중에 출시된 마스크는 사용 이후, 앞면을 손으로 만지지 말아야 한다. 바이러스가 담긴 비말이 튀었을 가능성 때문이다. 의료용 마스크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 검사와 치료 과정에선 특히 비말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의료인들은 마스크를 쓰더라도 늘 더 높은 감염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시중에 유통 중인 마스크의 앞면 소재는 대부분 물을 밀어내는(발수) 성질이 있는 폴리에스터나 폴리프로필렌 섬유다. KIST 연구진은 이번 기초 기술 개발 과정에서 이 섬유의 표면을 나노미터 수준으로 미세하게 깎아냈다. 표면이 울퉁불퉁해진 섬유의 경우, 발수 성능이 강화돼 비말을 아예 튕겨낼 수 있다. 이렇게 가공한 섬유로 마스크를 만들면 앞면에 비말이 여러 차례 튀어도 바로 튕겨나가기 때문에 감염 우려가 줄어든다.

KIST 연구진이 앞면 절반(왼쪽)의 소재 표면을 변형한 마스크에 물을 뿌리고 있다. 왼쪽 면에선 물방울이 튕겨 나오는 데 비해 일반 소재 그대로인 오른쪽 면에는 물방울이 맺혀 있다. KIST 제공

연구진은 이 기술을 고글 소재인 폴리카보네이트에도 적용해봤다. 매끈한 폴리카보네이트 표면을 깎아 오돌토돌하게 만들면 기존 방수 성능이 향상된다. 연구진은 그 위에 나노미터 두께의 단단한 유리 같은 친수성 무기물을 덮어 씌웠다. 그러면 표면에 물방울이 묻어도 얇은 막처럼 퍼져 시야를 방해하지 않는다. 일반적인 고글 표면에 물방울이 닿으면 각각이 돔 같은 형태로 뭉치면서 빛을 반사하고 투명도를 떨어뜨린다. 물방울이 고글 표면에서 얇게 퍼지면 이런 김 서림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다.

이처럼 플라스틱이나 천연 소재의 표면을 나노미터 수준에서 깎아내는 기술은 KIST가 선박의 기름 유출 사고를 처리하기 위해 처음 고안했다. 물을 붙잡는 특성을 가진 소재의 표면을 미세하게 깎아내면 물은 더 잘 붙잡으면서 기름은 더 잘 밀어내게 된다. 바닷물과 기름을 손쉽게 분리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기술을 해양오염 방제용으로 발전시켜오던 연구진은 코로나19를 계기로 마스크와 고글에 적용해보기로 한 것이다.

연구를 주도한 문명운 계산과학센터장은 “코로나19 검사와 치료 과정에서 감염 위험에 노출된 의료진을 보호하는 기술로 발전시키고 싶다”며 “마스크 업체와 협업하면 이른 시일 내에 실제 제품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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