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글로벌 팬데믹 우려 속 역유입 방지 주력
언론은 “서구, 고집 말고 마스크 써라” 충고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진원지인 후베이성 우한을 찾았다. 지난해 12월 첫 감염자 발생 이후 석 달만이다. 이를 두고 중국에선 사실상의 코로나19 종식 선언이란 해석까지 나온다. 서방을 향해 “고집을 버리고 마스크를 쓰라”는 충고 역시 자신감의 반영으로 풀이된다.
중국 관영 CCTV는 이날 “시 주석이 우한에 도착해 전염병 예방과 통제작업을 살펴보고 의료진과 군인ㆍ경찰ㆍ자원봉사자ㆍ주민들을 격려했다”고 보도했다. 시 주석은 코로나19 환자들을 대규모로 수용하기 위해 임시로 만든 훠선산병원을 방문해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전염병과의 전쟁에서 승리하자”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지난달 10일 베이징 진인탄병원을 찾아 방역 현장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지만, 1월 23일부터 봉쇄된 우한 방문은 미뤄왔던 만큼 이번 방문은 상징성이 크다.
이날 중국 전역에서 추가 확진자는 19명에 그쳤다. 특히 2명의 해외 역(逆)유입 사례를 제외하면 후베이성 외 확진자는 전무하다. 시 주석이 이에 맞춰 우한을 찾은 건 방역 성과에 대한 대내외적 자신감과 정치적 효과를 감안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 중국에 진출한 한국 대기업의 중국인 직원 A씨는 한국인 지인들에게 “좀 이르긴 하지만 사실상 코로나19 종식을 선언했다고 볼 수 있다”며 “한국이 걱정스럽다”고 했다. 일각에선 “조만간 우한 봉쇄를 해제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사실 최근 세계 각지의 급속한 확산세는 중국이 자신감을 보일 만한 상황이다. 최첨단 의료기술과 보건시스템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 미국과 유럽 주요국들에서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하면서 글로벌 ‘팬데믹(대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중국은 적어도 표면상으로는 안정적으로 상황을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방역의 무게중심은 이미 해외로부터의 역유입 방지로 옮아갔다.
최근 시 주석이 직접 정상적인 생산ㆍ소비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지방정부들이 앞다퉈 공장 가동을 독려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무원은 이미 재정당국을 통해 인프라 확충에 5조달러(약 5,900조원)를 쏟아붇겠다고 나섰다. 중국 내부적으로는 코로나19 방역에서 경기 활성화 쪽으로 방향을 틀었음을 보여준다.
중국이 미국과 유럽이 마스크 배척 문화를 갖고 있다고 꼬집은 것도 마찬가지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중국과 아시아에서는 대부분 마스크 착용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반면 미국과 유럽은 그렇지 않다”면서 “문화적 차이가 원인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서구에서는 마스크와 질병을 동일시하기 때문에 병을 앓고 있는 경우에만 마스크를 쓰면 된다고 믿는다는 것이다.
신문은 ‘장님이 밤에 등불을 밝히는 건 다른 사람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중국 우화를 소개하며 “마스크 착용은 본인과 타인 모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서양인들은) 마스크 착용이 불안감을 조장한다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중국의 안이한 대응을 문제삼는 서방을 향해 “인종 차별적인 중국 공포증을 조장한다”고 비난하던 것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물론 중국도 여전히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미펑 국가위생건강위원회 대변인은 “코로나19를 통제하기 위한 여러 정책이 효과를 보고 있는 건 분명하다”면서도 “마지막 순간까지 절대로 방심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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