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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고장 난 컨트롤타워

입력
2020.03.11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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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서울 종로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서울중부센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들이 경영애로자금 신청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뉴스1
9일 서울 종로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서울중부센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들이 경영애로자금 신청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뉴스1

“사탕발림 소리 좀 그만하라고 하세요. 정신력으로 참는 것도 한계가 있다고요.”

볼멘소리부터 냈다. 실효성 없는 대책 제시와 더불어 인내심을 주문한 정부에 대한 반발로 들렸다. 환갑이 넘은 나이로 30년 가까이 시장통에서 굴렀지만 요즘이 최악이라고 했다. 서울 영등포시장내 청과물 도매상인 A사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이어진 2차 내상의 원인을 정부에서 찾았다. “백날 천날 청와대나 관계 당국에 이야기를 해봤지만 앵무새처럼 ‘검토해보겠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지, 달라진 건 없었다”며 토해낸 그의 쉰소리는 이미 임계점에 다다른 듯 했다.

코로나19 기세가 여전하다. 둔화세 조짐도 보이지만 집단 감염 사례는 늘고 있다. 피해 규모는 가늠조차 어렵다. 더 큰 손실은 바닥까지 떨어진 정부에 대한 신뢰도다. 설익은 대응책이나 잇따른 뒷북 행정 탓이다.

당장, 소상공인을 위한 지원책은 ‘그림의 떡’에 가깝다. 지난달 초 1조4,000억원선으로 내놓았던 지원규모를 코로나19 여파로 도산 우려가 커지면서 지난달 말엔 11조원까지 대폭 확대했다. 하지만 하루가 급한 현장에선 “지원금을 받기 위해 필요한 서류 구비에 두 달 가량이나 걸린다는 데, 말이 되냐”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1~2주면 충분했던 관련 서류 준비 시간이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한꺼번에 수요가 몰리면서 지연되고 있어서다. 단편적인 자금 확대에만 골몰하다 보니, 집행 속도를 챙기지 못한 결과다. 실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소상공인 경영애로자금 신청금액은 2조2,344억원으로 집계됐지만 이 중 집행된 금액은 총 827억원(3.7%)에 그쳤다.

‘임대인 지원책’도 논란이다. 올해 상반기에 임대료를 인하하는 건물주에게 내린 부분의 절반만큼 소득세와 법인세 면제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게 핵심인데, 정작 소상공인들에게 돌아간 직접적인 혜택은 미미해서다. 오히려 임대료 인하 제안을 건넨 상인에게 “정부 정책은 나하고 무관하니, 다른 곳에 가서 알아보라”며 눈총만 전한 건물주도 적지 않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임대인 지원책이 건물주를 위한 정책인 것 같다는 비아냥이 불거진 이유다.

‘마스크 전쟁’ 속에 드러난 정부 행보는 말 그대로 ‘혼란’ 자체다. 충분한 재고 확보도 없이 공적 마스크 유통 방침부터 밝히면서 약국 등에 대기 줄만 세웠다. 방역 측면에선 오히려 역효과만 낸 꼴이다. 말 바꾸기는 기본이다. 1회용 보건 마스크 지침에서 면마스크 권유로 물러서더니, 이제 건강한 사람은 마스크를 안 써도 된단다.

이번 마스크 대란은 정부의 어설픈 대책으로 대중들의 불안 심리가 더해지면서 늘어난 가수요 영향도 크다. “정부가 마스크 대란을 키웠다”는 공공연한 비판이 제기된 배경이다. 마지막으로 꺼내든 5부제(출생연도에 따라 요일별 공적 마스크 구매 제한) 판매 경우엔 시행도 전에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급기야 대리구매 금지 번복과 10세 이하 어린이나 80세 이상 고령자에 대해 허용한다는 쪽으로 방침을 바꿨다.

재난 수준인 ‘코로나 19’ 사태에 정부의 고민을 모르는 바가 아니다. 전례 없던 위기 대응 단계에서 다소 시행착오는 불가피하다. 하지만 현재 가동 중인 정부의 컨트롤타워에 이상이 생긴 것도 분명해 보인다. 언제까지 장관에서부터 국무총리와 대통령 등의 잇따른 대국민 사과 메시지에 귀를 기울여야 하나. 보다 피부로 다가올 현장형 정책 기대는 정말 무리일까. 이 와중에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은 지난 8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 브리핑에서 코로나19와 관련, “우리나라의 철저한 역학조사 등은 세계적인 모범사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자화자찬해 구설수에 올랐다. 지금은 한가하게 코로나19 조치를 평가할 시점이 아니다. 방역에 더 전념할 때다. 그래도 믿을 건 정부뿐인 데, 안타까운 시간만 흘러가고 있다.

허재경 산업부장/Figur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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