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과 여행의 자유 보장 안 해”
독일 정부가 북한 당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책이 ‘외교 관계에 관한 빈 협약’을 위반해 평양 주재 대사관을 임시 폐쇄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일부 유럽 국가가 평양 소재 공관을 폐쇄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북한의 국경 폐쇄에 따라 정상적인 공관 운영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독일 외무부는 9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보낸 이메일에서 “북한이 코로나19 확산 금지를 이유로 외교관들을 격리한 것은 외교관계에 대한 빈 협약에 위배되는 부적절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외무부는 “정상 운영이 재개될 때까지 평양 주재 대사관을 임시 폐쇄하고 인력을 철수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여건이 허락하는 대로 대사관 업무를 재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1964년 4월 발효된 외교관계에 관한 빈 협약은 외교공관 직무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외교관의 특권과 면책 권리를 담은 다자조약이다. 협약 제26조에는 ‘모든 공관원은 접수국 영토 내에서 이동과 여행의 자유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북한이 이런 외교 협약을 준수하지 않아 부득이하게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앞서 지난달 27일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NK프로는 “독일 프랑스 스위스 등의 평양 외교공관이 일시적으로 문을 닫을 예정”이라 보도했다. 이어 “평양에 머물고 있는 외교관들과 가족들은 북한 고려항공을 이용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철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독 일간 쥐트도이치차이퉁도 같은 날 외무부를 인용해 “‘어떤 외교관도 북한을 떠날 수 없다’는 북한 정부 방침으로 대사관 정상운영이 어려워져 평양 대사관 일시 폐쇄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관 역시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평양에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80여명의 외국인이 출국했다고 공개했다. 출국 명단에는 북한에서 업무를 중단한 독일 프랑스 스위스 외교대표들도 포함됐다.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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