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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야, 마케팅이야? 더 과감해지는 ‘선 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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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야, 마케팅이야? 더 과감해지는 ‘선 넘기’

입력
2020.03.10 13:16
수정
2020.03.10 19:0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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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러쉬가 현대카드와 손잡고 만든 '디지털 러버'의 뮤직비디오 중 한 장면. 현대카드 제공
크러쉬가 현대카드와 손잡고 만든 '디지털 러버'의 뮤직비디오 중 한 장면. 현대카드 제공

특정 기업이나 상품을 모티브로 삼아 만든 노래는 독립적인 음악 작품일가, 광고 음악일까. 유명 가수의 후원 아래 창작된 미술 작품은 예술적 협업일까, 아니면 이미지 마케팅용 광고일까. BMW, 삼성전자 등이 단편영화 제작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등 영화와 광고가 만나는 건 흔한 일이 됐지만 최근 들어선 좀 더 다양한 방식으로 ‘선을 넘는’ 문화ㆍ예술 마케팅이 이어지고 있다.

가수 크러쉬는 지난달 20일 신곡 ‘디지털 러버’를 발표했다. 이 곡은 현대카드 지원을 받아 크러쉬가 작사ㆍ작곡한 노래로, 현대카드 광고에도 사용됐다. 크러쉬는 광고 모델로 출연하기도 했다. ‘홀로 남고 싶어 / 내가 만든 외딴 섬에 / 방안에 혼자 있어도 / 눈치가 보여 / 거울 속에 내 모습 / … / I like to be alone, be alone / cause I’m a digital lover’라는 가사 속에는 어디에도 현대카드나 특정 상품 명이 언급되지 않는다. 신용카드를 연상할 만한 내용도 없다. 음악만 듣고 있으면 특정 상품의 광고에 쓰인 음악이라는 걸 알아차리기 어렵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를 겨냥한 카드 상품의 광고라는 걸 알고 나서야 ‘언택트(비대면 접촉)’ 소비와 ‘홀로 라이프’ 트렌드 등 디지털 세대를 가사로 표현했다는 걸 감지할 수 있을 정도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디지털 세대에게 음악이 갖는 의미에 주목해 신용카드 상품 최초로 오리지널 사운드트랙(OST) 개념을 도입했다”며 “디지털 세대의 특성을 보여줄 수 있는 음악을 함께 제작할 뮤지션으로 크러쉬를 선정해 광고를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CONNECT, BTS' 프로젝트의 서울 전시에 참여한 영국 작가 앤 베로니카 얀센스의 '그린, 옐로, 핑크 (Green, Yellow and Pink)', 2017
'CONNECT, BTS' 프로젝트의 서울 전시에 참여한 영국 작가 앤 베로니카 얀센스의 '그린, 옐로, 핑크 (Green, Yellow and Pink)', 2017

신용카드와 대중음악만큼은 아니지만 대중음악과 현대미술도 적잖이 낯선 조합이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은 지난 1월 14일부터 영국 런던을 시작으로 다양한 국가와 장르의 미술작가들과 협업한 글로벌 현대미술 전시 프로젝트 ‘CONNECT, BTS’를 열고 있다. 방탄소년단이 후원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 프로젝트는 이대형 큐레이터가 총괄기획을 맡고 국가별로 유명 미술관 관장, 큐레이터, 아트 딜러 등이 개별 프로젝트의 기획을 맡았다.

하지만 ‘CONNECT, BTS’는 가수와 미술작가의 창의적 협업이라기보다는 대중음악을 좀 더 고급스럽게 포장하는 이미지 마케팅에 가깝다는 게 미술계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크러쉬의 노래처럼 ‘CONNECT, BTS’도 프로젝트명 이외에 개별 작품 속에서 방탄소년단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것을 읽어내기란 쉽지 않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창작된 작품들은 독자적인 예술 작품인 동시에 방탄소년단의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마케팅용 상품이라 할 수 있다. 이를 바라보는 일부 미술계의 곱지 않은 시선도 있지만 유명 작가들은 후원을 받아 창작을 이어갈 수 있고, 방탄소년단은 이미지 제고의 효과를 볼 수 있어 양쪽 모두에게 이득이다.

한 미술 관계자는 “일반적인 후원이나 협업과 거리가 멀지만 미술계로선 이 같은 지원을 마다할 이유가 없고, 방탄소년단 입장에서도 자신들의 콘셉트를 좀 더 고급스럽게 포장할 수 있어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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