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경북 청도대남병원 참사를 계기로 전국의 정신병원과 장애인 거주시설을 방문ㆍ실태 조사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정신장애(질환)인 가족단체가 반드시 약속을 지켜달라고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청도대남병원에선 지난달 정신병동 입원환자 103명 가운데 101명(98%)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돼 7명이 사망하는 전례 없는 참사가 벌어졌다. 의료계의 현장점검에선 시설이 열악하고 환자의 영양상태도 나빴다는 지적이 나왔다. 치료보다 수용에 치우친 정신병동이 전국에 얼마나 있는지는 정부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는 9일 성명을 내고 “전국 정신병원과 장애인 거주시설에 대해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필요하면 직권조사도 검토하겠다”는 인권위 방침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인권위는 지난 3일 보건당국이 의료적 조치를 이행하고 있어 청도대남병원에 대한 긴급구제는 필요하지 않다면서도 해당 시설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 사태가 진정되면 다수인 보호시설에 대한 모니터링(관찰)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과도한 장기입원과 건강관리 소홀, 열악한 생활환경 등의 문제는 인권위가 개입해 개선하겠다는 설명이다.
가족협회는 성명에서 “인권위 성명은 국민과의 약속임과 동시에 정신가족과 당사자에게는 희망의 메시지이므로 조속한 시일 내에 반드시 이 실태조사(직권조사)가 시행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라고 밝혔다. 가족협회는 “더 이상 다중 보호시설에서 이러한 비인격적 사건들이 다시는 발붙이지 못하도록 정부가 초강력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사회적 약자인 정신장애 당사자가 적절한 치료와 재활을 병행하며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특단의 정책을 마련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라고 강조했다. 가족협회는 또 “코로나19 창궐로 안타깝게 목숨을 잃으신 고인분들께 삼가 명복을 빈다”면서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시는 국민 여러분과 현장 의료진께 큰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라고 전했다.
지난달 26일 가족협회를 포함한 12개 장애인 인권단체는 청도대남병원과 관련해 ▲적절한 음식물의 공급과 충분한 의료진의 투입 ▲코호트 격리가 아닌 적절한 치료가 가능한 외부 의료기관으로의 이송 ▲전국의 정신병원 및 장애인 거주시설이 감염병으로부터 취약한 원인을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는 긴급구제를 인권위에 신청했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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