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폭락하면서 산유국이 몰린 중동 걸프 지역 증시가 연이틀 급락했다.
전 거래일 8.3% 떨어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증시(타다울)는 9일(현지시간)에도 7.8% 내렸다. 사우디 국영 석유사 아람코는 장 개장과 동시에 하한인 10%까지 떨어져 거래가 일시 중지됐다. 아람코의 이날 종가는 28.53리알로 공모가(32리알)를 밑돌아 지난해 12월 상장 이후 최저가를 기록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외 다른 걸프 지역 국가들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증시는 8.3%, 아부다비 증시는 8.1% 하락했고, 바레인(5.8%), 카타르(9.7%), 오만(5.6%) 증시도 일제히 하락했다. 쿠웨이트 증시는 전 거래일에 이어 장 개장 직후 하한인 10%까지 떨어져 이날 거래가 중단됐다.
UAE 일간 더 내셔널은 걸프 지역 7개 증시에서 8일 2,110억 달러, 9일 1,870억 달러의 손실이 나 이틀간 손실액이 3,980억 달러(약 480조원)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중동 걸프 지역 국가들의 주가가 일제히 폭락한 배경에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10개 주요 산유국의 감산 합의 실패에 따른 유가 급락이 있다. 러시아의 반대로 감산 합의가 무산된 뒤 사우디아라비아는 원유 공식판매가격을 대폭 낮추고 산유량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사우디의 공격적인 증산 정책으로 국제 유가는 배럴당 30달러 대로 급락했다.
두바이 센추리 파이낸셜의 비제이 발레차 최고투자책임자는 "석유 부문이 걸프 지역 산유국 수익의 70%를 차지하는 만큼 유가 하락으로 이 지역의 증시가 크게 타격 받았다"며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공포가 더해졌다"고 말했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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