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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띄운 편지] 지난달까지 2교대 격무… 어린 후배 간호사 울 때 마음 찢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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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띄운 편지] 지난달까지 2교대 격무… 어린 후배 간호사 울 때 마음 찢어져

입력
2020.03.11 01:0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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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3주 만에 귀가해 탈진해도… 간호사는 다시 병실로

9일 오전 대구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역거점병원인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서 확진자 병동에서 일하는 한 간호사가 카메라를 향해 'V'자를 그려보이며 보호구 착의실로 가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오전 대구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역거점병원인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서 확진자 병동에서 일하는 한 간호사가 카메라를 향해 'V'자를 그려보이며 보호구 착의실로 가고 있다. 연합뉴스

처음엔 다들 5년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정도라고 생각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간헐적으로 확진자가 나왔지만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겼다. 메르스 당시 대구는 전국에서 감염병 관리를 가장 잘한 시·도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환자들도 많지 않았고, 의심 증상을 보여도 음성 판정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구에서 첫 확진자가 확인된 지난달 18일 저녁 추가 확진자들이 있다는 얘기를 듣곤 상황이 다르다고 직감했다. 대구의료원의 시간도 이날부터 10배속으로 흘렀다.

최초 확진자가 대구의료원으로 옮겨오면서 기존 환자들을 퇴원시키고, 음압병상을 확보하는데 집중했다. 처음엔 낮보다는 시민 왕래가 적은 밤 시간대 확진자가 이송돼 오는 경우가 많았다. 낮에는 신종 코로나에 맞는 병실을 정리하고 밤에는 환자들을 받았다.

확진자 전용 음압병상을 만드는 것은 오롯이 간호사들의 몫이었다. 비워둔 병실과 기존에 입원해 있던 환자들을 퇴원시키면서 음압병실을 확보하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필요한 물품이나 장비가 부족한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이를 지원할 인력마저 부족해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챙겨야 했다.

경북 포항의료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를 돌보는 자원봉사를 하는 정민균(가운데)씨가 지난 3일 다른 의료진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올해 초 간호사 면허를 취득한 정씨는 애초 4월로 예정된 입대를 7월로 미루고, 코로나19 환자 치료 자원봉사를 신청했다. 울산과학대학교 제공.
경북 포항의료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를 돌보는 자원봉사를 하는 정민균(가운데)씨가 지난 3일 다른 의료진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올해 초 간호사 면허를 취득한 정씨는 애초 4월로 예정된 입대를 7월로 미루고, 코로나19 환자 치료 자원봉사를 신청했다. 울산과학대학교 제공.

현재 대구의료원에는 150명의 간호사가 350여명의 환자를 돌보고 있다. 자원봉사자 등 30여명도 일손을 돕고 있다. ‘전시’라는 표현은 더 이상 어색하지 않다. 이전엔 경험하지 못했던 상황이다. 보호복도 2시간 기준으로 갈아 입어야 했지만 10시간 이상 착용하고 근무하는 간호사도 부지기수였다. 수시로 갈아 입을 시간적 여유 따윈 없었다.

대구의료원 간호사가 격리실로 들어가기 전 보호복을 착용하고 제대로 착용했는지 거울을 보며 전체적인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오남희 팀장 제공
대구의료원 간호사가 격리실로 들어가기 전 보호복을 착용하고 제대로 착용했는지 거울을 보며 전체적인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오남희 팀장 제공

신규 간호사들의 어려움은 말할 것도 없다. 경험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 같은 큰 산을 감당하기엔 벅차다. 힘든 부분이 많을텐데도 묵묵히 따라와주는 후배들이 고마울 따름이다. 울음을 터트리는 간호사도 있다. 다시는 음압병동에 들어가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덩달아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다. 하지만 막상 자신의 차례가 돌아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 마음을 다잡고 전장으로 뛰어들고 있다.

간호사 사이에서도 서로 배려하는 마음이 싹트고 있다. 자신이 빠지면 동료가 더 많은 업무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달까지는 모든 간호사가 2교대로 일했다. 이달부터 3교대로 정상화됐지만, 보호구를 착용하고 환자들을 돌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포항의료원 간호사 집단사표 사태에 대한 얘기도 들었다. 일부에서 악의적인 말이 나돌 땐 눈물이 먼저 앞을 가렸다. 간호사들은 목숨을 걸고 들어와 있는데 사기를 꺾는 게 안타깝기도 했다. 각 지역 의료원 간호사들과도 서로 격려하면서 힘을 얻고 있다.

퇴원 환자들을 보면 만감이 교차한다. 무사히 완치돼 병원을 떠나는 모습이 뿌듯하기도 하지만 불안한 마음도 있다. 완치됐다가 다시 확진이 되는 사례도 있어서다.

대구지역 신종 코로나 검사는 끝을 향해 달리고 있다. 확진자 발생도 점차 감소하고 있다. 하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 어떤 상황이 또 어디서 발생할지 모른다.

국군간호사관학교 신임 장교들이 2일 대전광역시 국군간호사관학교에서 대구 국군병원으로 파견을 가기 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한 방호복 착용 교육을 받고 있다. 대전=왕태석 선임기자
국군간호사관학교 신임 장교들이 2일 대전광역시 국군간호사관학교에서 대구 국군병원으로 파견을 가기 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한 방호복 착용 교육을 받고 있다. 대전=왕태석 선임기자

지난달 18일 첫 확진자가 발생한 후 8일에 처음 집에 다녀왔다. 3주만이었다. 1일에 가족들이 병원으로 면회왔지만 직접 접촉은 할 수 없었다. 창문 너머로 잠시 대화를 나눈 것이 다였다. 남편은 내가 집으로 오자마자 실신하듯 침대에 쓰러졌다고 했다.

며칠 전 한 아이가 대구의료원으로 편지를 보냈다. ‘위험한 곳에서 너무 힘들 것 같아요’라는 글이 삐뚤삐뚤 써있었다. 작은 음료수도 있었다. 한참을 멍하니 편지를 바라보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어린이까지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을 응원해준다는 생각에 더 힘을 내야겠다고 생각했다.

간호사 일을 한지도 어느덧 30년이다. 훗날 지금의 상황들은 어떻게 기록될까. 사무실에 간이침대를 두고 쪽잠을 자는 간호부장과 팀장들. 정작 본인은 24시간 비상대기하면서 딸 같은 어린 간호사에게 보호복을 입혀 병실로 보내야 하는 현실이 마음 아프다고 울먹인다. 보호복을 벗은지 30분만에 또 보호복을 챙겨 입는 수간호사와 어린 간호사들이 있는 한 현장은 지켜질 것이다.

몸이 힘들고 마음도 지치지만 간호사들은 생각보다 단단하다. 힘들고 지쳐서 더 이상 못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도 간호사는 다시 병실로 들어간다.

오남희 대구의료원 간호1팀장

오남희 대구의료원 간호1팀장
오남희 대구의료원 간호1팀장

1969년 대구 출생

1990년 간호사 면허 취득

1991년 대구의료원 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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