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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대란은 과잉 공포 탓… 환자 반경 1m만 보건용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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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대란은 과잉 공포 탓… 환자 반경 1m만 보건용 필요”

입력
2020.03.10 01:0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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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재연 아주대 의대 명예교수] 

 비과학적 사용지침이 공포 자극… 생산량만 늘려선 불안 해소 안돼 

 “마스크 자제 시민운동 절실… 혼자 산책 땐 한번 벗어 보세요” 

 

공적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된 9일 서울 강남구의 한 약국에 시민들이 마스크 구매를 위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공적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된 9일 서울 강남구의 한 약국에 시민들이 마스크 구매를 위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비과학적 마스크 사용 자제” 주장하는 장재연 아주대 의대 명예교수 인터뷰 

“한적한 공원을 혼자 산책할 때부터, 한 번 마스크를 벗어보세요.”

마스크 수요 폭증으로 인한 전례 없는 마스크 5부제 시행 첫날인 9일 장재연 아주대 의대 명예교수는 거꾸로 시민들에게 ‘마스크를 벗어보라’고 주문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개인 방역 지침 중 하나인 마스크 착용이 새로운 사회적 규범처럼 자리잡고 있다. 병원에서는 물론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대중교통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마치 죄인이라도 된 듯한 눈초리를 느껴야 하는 게 현실이다.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장 명예교수는 오랫동안 미세먼지를 연구하며 ‘마스크를 쓰는 것이 미세먼지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해 온 예방의학 전문가다. 장 명예교수는 이날 한국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비과학적인 마스크 사용 지침이 난무해 사람들의 공포를 자극하면서 마스크 준배급제라는 황당무계한 상황까지 왔다”라며 “마스크 생산량만 늘려서는 이런 시민사회의 불안이 해소되지 않고, 오히려 필요한 상황에서만 마스크를 쓰는 시민실천 운동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 확진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과 간병인 및 가족 그리고 동거인. 그는 보건용 마스크를 반드시 써야 하는 경우를 이러한 ‘환자 반경 1m 안’ 사람들로 제한한다고 강조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보건용 마스크 착용대상으로 권고한 ‘불특정 다수를 응대해야 하는 경우’에 대해서도 “아프지 않은 이상 쓸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한 “함께 밥 먹고 오랜 시간 같이 이야기하는 가까운 사람들에게서 바이러스가 옮는 것이지 불특정 다수에게서 감염되는 게 아니다”라며 대중교통 이용에 대한 불안에도 일침을 가했다.

장재연 아주대 의대 명예교수. 장재연 교수 제공
장재연 아주대 의대 명예교수. 장재연 교수 제공

철저한 마스크 착용 지침 대신 그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한 △기침을 할 때는 팔꿈치나 소매 등으로 막기 △비말이 튈 수 있는 거리 1m 떨어지기 △손 씻기가 마스크 착용보다 더 중요하다는 점 등을 강조했다. 장 명예교수는 “세계보건기구의 지침은 그게 전부인데 대구ㆍ경북에서의 확진환자 증가로 불안감이 커졌다”며 “여기에 소위 전문가들이 건강한 사람들도 어디에서나 마스크를 써야 한다 말하고 언론과 정부가 무비판적으로 받아 발표하면서 누구나 보건용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과잉 공포가 급속도로 조성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공원 산책을 나갈 때도 열에 아홉은 마스크를 낄 만큼 불안이 팽배한 풍경을 전하며 “모두가 바이러스를 자신에게 옮길 수 있는 잠재적 가해자로 타인을 보고, 거꾸로 내가 마스크를 쓰지 않을 땐 구성원들이 나를 감염원으로 본다는 압력을 느끼고 있다”라며 “마스크가 공동체에 대한 불신의 상징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고 말했다.

불안이 촉발한 마스크 수요 폭증을 잠재우기 위해선 우선 시민 스스로 공포에서 벗어나는 경험을 쌓는 게 중요하다고 장 명예교수는 강조했다. 그는 “최근 벌어지고 있는 자발적 마스크 소비 자제 운동은 매우 훌륭한 사례이다”라며 “혼자 한적한 거리를 걸을 때 마스크를 벗어보자. 아니면, 면 마스크만 써도 될 일이다. 정전기 필터도 필요 없고 침이 튀는 정도만 막으면 된다”고 말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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