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바지로 향해가는 더불어민주당의 4ㆍ15 총선 공천을 두고 ‘운동권 대세, 친문 불패’ 평가가 나온다. 1980년대 학생운동권 출신과 친문재인계 의원이 대거 단수 공천을 받거나 경선에서 승리하면서다. 실제로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간부 등 운동권 지도부 출신 의원 26명 중 24명(92%)이 본선에 진출했다. 친문 핵심 현역 의원도 15명이나 공천장을 받았다.
본보가 9일까지 이뤄진 민주당 공천 작업을 조사한 결과 86세대(80년대 학번, 60년대생) 운동권 지도부 의원 26명 중 송영길(연세대 총학생회장) 의원, 이인영(전대협 1기 의장) 원내대표, 윤호중(서울대 학원자율화 추진위원장) 사무총장 등 19명이 단수 공천을 받았다. 어기구(순천향대 총학생회장)ㆍ서영교(이화여대 총학생회장)ㆍ오영훈(제주대 총학생회장) 의원 등 5명은 경선을 거쳐 본선에 진출했다. 비례대표 출신인 제윤경(덕성여대 총학생회장) 의원과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규희(연세대 학원민주화 추진위원장) 의원이 이번 총선에 불출마하기로 한 것을 제외하면 거의 100% 승률이다.
친문계 대다수도 단수 공천을 받았다. 친문 핵심의원 모임인 ‘부엉이’(밤낮으로 문재인 대통령을 지킨다는 뜻) 소속으로 알려졌던 도종환, 박범계, 전해철, 황희, 홍영표 의원 등 12명이 본선에 직행했다. 강병원, 고용진, 김종민 의원도 원외 인사를 누르고 승리했다. 20여명 규모의 과거 부엉이 모임 가운데 15명이 본선에 진출한 것이다.
원외에서도 운동권과 친문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한병도(원광대 총학생회장)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김민석(서울대 총학생회장) 전 의원이 경선을 거쳐 본선에 진출했다. ‘문재인 청와대’ 출신인 윤건영(서울 구로을) 전 국정기획상황실장, 고민정(서울 광진을) 전 대변인, 한준호(경기 고양을) 행정관은 민주당 텃밭에 각각 전략 공천됐다.
반면 비주류 중진인 이종걸(5선), 이석현(6선), 유승희(3선) 의원 등 9명은 경선에서 패했다. 계파색이 엷은 신창현(초선), 오제세(4선), 민병두(3선), 정재호(초선) 의원 등 4명은 컷오프 됐다. 경선에서 탈락하거나 컷오프된 현역 13명 가운데 친문 핵심은 한 명도 없었다. 특히 ‘공항 갑질’ 논란에 휩싸였던 친문 김정호 의원은 당 공천관리위원회에서 컷오프 됐지만 당 최고위원회의가 다시 경선 기회를 주기로 결정을 번복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비주류 학살, 주류 특혜 아니냐”는 뒷말이 나왔다.
운동권 지도부 출신 한 의원은 “86세대 의원들이 혜택을 본 것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지역구를 그만큼 잘 다졌다는 얘기도 된다”고 항변했다. 대다수가 경쟁자를 찾지 못할 정도여서 단수 공천을 받았거나 경선에서 승리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민주당 한 당직자는 “운동권ㆍ친문 기득권에 도전할 신인이 어디 있겠느냐”며 “이해찬 대표가 ‘인위적 물갈이는 없다’고 했을 때부터 세대 교체는 물 건너간 것”이라고 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집권 후반기 정권의 레임덕을 피하기 위해 국정 운영 방향에 동의하는 이들을 대거 공천한 것”이라며 “이들이 살아 돌아 온다면 거대 양당의 대결 구도가 더욱 강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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