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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레드존 지정 이어 미국서도 봉쇄론... 글로벌 경제 ‘풍전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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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레드존 지정 이어 미국서도 봉쇄론... 글로벌 경제 ‘풍전등화’

입력
2020.03.09 23:00
수정
2020.03.10 01:25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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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국 인적ㆍ물적 교류 제한 확산 땐 세계 경제 전반 충격파

이탈리아 정부가 코로나19 대응 조치로 롬바르디아주를 비롯한 15개 지역 봉쇄령을 내린 이튿날인 8일 베니스 산마르코광장의 한 레스토랑 야외 테이블이 텅 비어 있다. 베니스=로이터 연합뉴스
이탈리아 정부가 코로나19 대응 조치로 롬바르디아주를 비롯한 15개 지역 봉쇄령을 내린 이튿날인 8일 베니스 산마르코광장의 한 레스토랑 야외 테이블이 텅 비어 있다. 베니스=로이터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대유행)’ 우려가 증폭되는 가운데 최근 유럽 내 급격한 확산의 진원지 격인 이탈리아가 전격적인 봉쇄 조치를 취하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상황이 악화일로인 미국에서도 보건당국이 지역 봉쇄 가능성을 거론했다. 위기감이 커진 주요국들이 잇따라 인적ㆍ물적 교류를 제한할 경우 공포감이 확산되면서 톱니바퀴처럼 맞물린 글로벌 경제가 패닉 상태에 빠져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정부가 전날 15개 지역 1,600만명을 대상으로 낮은 수준이지만 지역 봉쇄에 준하는 ‘레드존’ 지정 행정명령을 발동한 데 대해 “유럽 경제 전반을 동요시켰다”면서 “새로운 바이러스 출현 때마다 각국이 이동 제한으로 대응하면 세계 경제는 어김없이 침체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이탈리아에는 중국 못잖게 많은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있어 이번 봉쇄 조치가 글로벌 부품 공급망을 흔들 경우 전 세계 자동차 산업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공교롭게도 이번 조치는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증산 결정으로 국제 유가가 급락하는 상황과 맞물리면서 글로벌 금융시장 전체가 요동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탈리아 정부의 레드존 지정은 벌써부터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주세페 살라 밀라노시장은 “이탈리아 인구 4분의 1의 발을 묶으면 실업 등 막대한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언론의 봉쇄 계획 사전보도로 지역민들의 탈출 러시가 있었음을 지적했다. 공포에 질린 무증상 감염자들이 포함됐을 경우 이탈리아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부추긴 꼴이다. 안드레이 바비스 체코 총리는 “솅겐조약으로 유럽 내 이동이 자유로운 상황에서 일부에 국한된 이동 제한은 오히려 코로나19를 더 확산시킬 것”이라며 이탈리아 전역에 대한 봉쇄를 주장했다. 반면 에지오 모로 전 레푸블리카 편집장은 “이탈리아 정부는 최초 감염원과 실체를 모른 채 정책 실험을 남발해 혼란만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역 봉쇄라는 초강수를 뒀지만 이탈리아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하루 새 1,500명 가까이 늘어 총 7,375명이 됐고 사망자도 133명 증가해 366명으로 집계됐다. 인근 프랑스도 이틀 새 확진자가 2배 늘어 1,100명을 넘었고, 독일도 전날 하루 200명이 확정 판정을 받았다. 포르투갈에선 대통령이 자가격리에 들어가는 일까지 발생했다. NYT는 “이탈리아의 조치가 더 이상 소름 끼치는 예외적 사례가 아닐 수 있다”고 경고했다. 때마침 프랑스ㆍ독일ㆍ체코 등이 자국 내 공급 부족을 우려해 마스크와 장갑의 수출을 제한했다가 유럽연합(EU)의 비난을 받았다.

세계 경제ㆍ외교를 좌우하는 미국의 상황도 녹록치 않다. 이날 하루에만 신규 확진자가 100명을 넘으면서 총 540명에 달하는 등 확산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발생 지역도 수도 워싱턴를 포함한 34개 주(州)로 확대됐고 캘리포니아ㆍ뉴욕주 등 9곳은 비상사태까지 선포했다. 보건당국의 대응 능력에 대한 의문이 커지면서 벌써부터 일부 지역에서 사재기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보건원(NIH) 산하 알레르기ㆍ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바이러스가 확산될 경우 봉쇄 조치가 가혹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판단을 앞세울 경우 미국도 문을 걸어 잠글 수 있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이미 글로벌 공급망에 균열이 생기고 세계 각국에서 민간 소비가 위축되면서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는 세계 경제는 그야말로 패닉 상태에 빠져들 수 있다.

미국과 유럽 외 지역의 심각한 상황도 세계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다. 확진자가 7,000명이 넘는 중동 산유국들 간 이해관계가 틀어지자 세계 금융시장은 곧바로 직격탄을 맞았다. 신흥시장으로 각광받는 동남아, 보건시스템이 낙후한 아프리카ㆍ남미 등의 심상찮은 확산세도 ‘시한 폭탄’이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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