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불신 자초한 대중국 감성외교 
 92개국 방역 미개국으로 폄훼한 장관 
 일본 관계 방치하다 또 뒤통수 맞아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6일 서울 외교부 청사로 도미타 고지 주한일본대사를 초치해 일본의 전격적인 한국발 입국제한조치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6일 “우리나라는 세계가 평가하는 방역체계로 코로나19를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정세균 총리도 “우리 검사 역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고, 치사율은 주요국 중 가장 낮다”고 했다. 이런 얘기들은 틀리지 않지만, 오해의 소지가 크다.

우리나라 코로나19 감염 여부 검진양은 하루 평균 1만건을 넘고, 누적 20만건에 달한다. 1월 말 발병 후 최근까지 1만명 남짓 검진했을 뿐인 일본 미국 등을 압도한다. 외신들은 우리의 신속한 검진과 결과의 투명한 공개에 대해 호평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원활한 검진과, 정부가 코로나19 상황에 전반적으로 잘 대응하고 있는지 여부는 다른 문제다.

지금 국민이 불안과 불편을 묵묵히 견디는 건 방역 일선에서 밤낮 없이 코로나와 싸우는 의료진과 공무원들의 성의에 대한 신뢰 때문이다. 감염 위험에도 대구ㆍ경북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자원 의료진들, 연일 이어진 과로로 끝내 쓰러진 지자체 공무원의 분투, 고통을 나누자며 월세 인하에 나선 임대인들의 소식을 접하며 우리는 그래도 국난 극복의 힘과 용기를 다진다.

하지만 신뢰의 원천은 현장일 뿐이고, 난국 돌파의 키를 쥔 정부 상층부로 갈수록 대응 양상은 오히려 한심하다. ‘마스크 대란’과 관련한 장관들의 우왕좌왕은 혼돈기의 ‘웃픈 실책’이라 치자.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의 어설픈 자화자찬까지도 현 정부 특유의 ‘성과 과시형 강박증’이려니 할 수 있다. 하지만 사태 발발 이래 거듭된 외교 실책만은 국격을 심각히 훼손하고, 현실적 피해를 증폭시키는 상황까지 빚어 뼈 아프고, 뼈 아프다.

사태 초기 중국발 입국 제한조치 여부를 둘러싼 원칙 없는 혼선은 정부의 위기 대처능력에 적잖은 불신을 자초했다. 중국 스스로 우한시를 전면 봉쇄한 게 1월 23일이었다. 봉쇄 전 이미 우한시를 빠져 나간 인구가 수백만 명에 달한다는 보도도 나왔다. 각국의 중국발 입국 제한조치가 잇따랐다. 의사협회는 즉각 후베이성발 입국자 전수 검진과 추적 관리는 물론, 중국발 전면 입국금지도 준비해야 한다는 대정부 권고를 발표했다.

하지만 정부는 미적거리다가 우한시 봉쇄 12일이 지난 2월 4일에야 후베이성 방문ㆍ체류자로 제한한 입국금지에 들어갔다. 정부가 지나치게 중국 눈치를 본다는 비판이 전적으로 옳지는 않더라도, 중국의 반발과 시진핑 주석 방한 등을 감안한 청와대 국가안보실 등의 어정쩡한 입김이 과감한 방역조치 작동을 지체시키는 잘못된 작용을 한 정황은 결코 적지 않다.

청와대가 잘못 꿴 첫 단추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서 끝내 ‘대형사고’를 불렀다. 국회가 지난 4일 해외의 한국발 입국금지 쓰나미를 막지 못한 걸 질타하자 강 장관은 “방역능력이 없는 국가들이 입국금지라는 투박한 조치를 하는 것”이라는 얘길 서슴없이 꺼냈다. 외교 장관이 절대 해서는 안 될 폭언이었다. 그날까지 한국발 입국 제한ㆍ금지 조치에 들어간 세계 92개국을 졸지에 미개국으로 폄훼해 유례없는 반감을 부른 몰상식한 실책이었다.

정작 우리 외교의 답답한 현실을 극명히 드러낸 사건은 일본의 느닷없는 한국발 입국 제한조치다. 우리 정부에 아무런 사전통보조차 없이 뒤통수를 친 아베 정부의 무례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서 간과해선 안 될 핵심은 일본의 무례 자체가 아니라, 그들이 대놓고 무례를 감행할 정도로 전락한 우리의 외교력이라고 본다. 외교는 적국과도 웃으며 악수하고 평화를 이끌어 내는 최고 수준의 정무행위다. 그 정점에 있는 강 장관은 지난해 말 이래 지속된 한일 갈등을 가라앉히고, 최소한의 선린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그동안 대체 무슨 일을 한 건지 준엄하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전에 한 칼럼의 말미에서 “경제정책도 문제지만, 외교정책의 난맥상이야말로 소름이 돋을 정도로 걱정스럽다”는 얘길 한 적이 있다. 코로나 사태 못지않게, 막장에 이른 우리 외교 현실이 정말 걱정스럽고 참담하다.

논설위원 icj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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