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왕실 실세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의 연내 즉위설이 파다하다. 그가 최근 자신의 삼촌과 사촌형 등 잠재적 왕위 경쟁자들을 대거 체포하는 등 사실상 ‘왕세자의 난’을 일으켰다는 보도가 잇따르면서다. 11월 사우디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기 전일 것이라고 즉위 시점까지 거론될 정도다.
중동 전문매체 미들이스트아이(MEE)는 8일(현지시간) “34세인 무함마드 왕세자가 11월 수도 리야드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를 왕위 계승 무대로 삼고 싶어한다”고 보도했다. 84세의 고령인 살만 빈 압둘아지즈 국왕이 유명을 달리하기 전에 왕위를 이어받아 정통성을 확고히 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무함마드 왕세자가 자신의 우군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임 가능성을 확신하지 못하는 점도 감안됐을 것이라고 MEE는 분석했다.
무함마드 왕세자의 즉위 욕심은 또 한번 ‘숙청’을 불렀다. 로이터통신과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 영미권 언론들은 최근 사우디 왕가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왕실 고위인사 4명이 쿠데타 모의 혐의로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살만 국왕의 남동생이자 무함마드 왕세자의 삼촌인 아흐메드 빈 압둘아지즈 왕자와 그의 아들, 전 왕세자인 무함바드 빈 나예프 왕자와 그의 이복형 등이다.
숙청 대상이 된 이들은 무함마드 왕세자의 왕위 계승에 잠재적 위협이 될 수 있는 인물들이다. 사촌형인 빈 나예프 왕자는 2017년 6월 왕세자 지위에서 물러나기 전까지 왕위 계승 1순위였다. 현 국왕의 유일한 동복 남동생인 아흐메드 왕자 역시 사우디 유전시설 피격 사건이나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 등 왕세자의 리더십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대안으로 거론돼왔다.
이런 가운데 특히 “숙청 대상자가 이름이 공개된 4명을 포함해 최소 20명에 달한다”(MEE)는 보도가 나와 주목된다. 살만 국왕이 이들에 대한 체포영장에 직접 서명했다는 전언이 사실이라면 무함마드 왕세자가 부친인 국왕을 등에 업고 정적들을 모두 제거한 셈이기 때문이다. 2017년 11월 ‘왕자의 난’으로 왕세자 자리를 굳히더니 2년 4개월만에 ‘왕세자의 난’으로 연내 즉위를 기정사실화한 것이다.
사우디 왕실은 이날 살만 국왕이 정정한 모습으로 정무를 보는 사진을 공개했다. 왕위 계승 임박설과 국왕 건강 이상설을 차단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이미 무함마드 왕세자의 권력이 국왕을 능가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실제 각국 정상들과의 만남을 비롯한 주요 외교무대에는 무함마드 왕세자가 나서고 있다. 이를 두고 MEE는 “무함마드 왕세자가 건강은 양호하나 치매를 앓고 있는 부친의 승하를 기다리는 대신 퇴위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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