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동성당이 포함된 천주교 서울대교구가 10일까지였던 교구 내 성당들의 미사 중단 조치를 연장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가 아직 진정되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추기경은 9일 담화문을 내고 “미사 중단 시기를 연장하고, 추후 상황이 호전되는 정도에 맞춰 미사 봉헌의 재개를 공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교구가 2월 26일부터 3월 10일까지 교구 내 본당의 미사와 모임을 중단했지만 현재 상황상 11일 이후에도 미사와 모임을 재개하기가 어렵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염 추기경은 “가능하면 사순(부활 주일 전 40일간의 기간) 제4주일인 22일부터는 미사를 재개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각 본당에서도 이와 같은 교구의 결정에 따라 미사 재개에 필요한 준비를 갖춰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장차 코로나19로 인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지만, 하루빨리 국가와 사회가 안정되고 교회의 일상적인 사목이 회복되도록 기도를 청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서울대교구는 지난달 25일 염 추기경 명의의 ‘교구 사제들과 신자분들에게 드리는 담화문’을 통해 ‘재의 수요일’(사순절 첫날)인 이튿날부터 3월 10일까지 ‘신자들과 함께하는 미사’를 한시적으로 중단한다고 발표했었다.
서울대교구는 2018년 12월 기준 신자 수가 152만여명으로 한국 천주교회 16개 교구 중 가장 많다. 서울시 인구 대비로는 15.6%에 해당한다. 한국 전체 천주교 신자 규모는 586만여명이다. 서울대교구 소속 본당 수는 232개이고, 주교좌 성당은 명동대성당이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다음은 담화문 전문.
신자들과 함께 하는 미사와 모임 중단 기간을 연장하며
찬미 예수님
사랑하는 교구 신자들과 형제 사제 여러분, 주님의 은총과 평화를 빕니다.
우리는 ‘코로나19’로 ‘신자들과 함께 하는 미사’(이후 미사) 없이 사순절을 지내고 있습니다. 사막 한가운데를 걷는 순례자의 심정으로 힘겹고 낯선 체험을 하고 있지만, 이 시간의 의미와 가르침을 깨닫는 것은 신앙인에게 주어진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교구는 지난 2월 25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2월 26일부터 3월 10일까지 교구 내 본당의 미사와 모임을 중단했습니다. 그런데 현재 상황상 11일 이후에도 미사와 모임을 재개하기가 어렵다고 판단됩니다. 이에 교구는 미사 중단 시기를 연장하고, 추후 상황이 호전되는 정도에 맞춰 미사 봉헌의 재개를 공지할 예정입니다.
가능하면 사순 제4주일(3/22)부터는 미사를 재개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각 본당에서도 이와 같은 교구의 결정에 따라 미사 재개에 필요한 준비를 갖춰 주시기 바랍니다.
장차 ‘코로나19’로 인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지만, 하루빨리 국가와 사회가 안정되고 교회의 일상적인 사목이 회복되도록 기도를 청합니다. 사제들은 신자들의 영적 돌봄을 위해 본당에 상주하면서 신자들이 기도 생활을 지속해 나가도록 인도해주십시오. 특히 아침기도와 저녁기도 때 ‘코로나19 극복을 청하는 기도’를 바치도록 권고하고, 본당 내 관심과 도움이 필요한 어려운 이웃들을 보살펴 주길 바랍니다.
이 어려운 시기가 신앙적으로는 사순절의 의미를 근본적으로 성찰하고 주변 사람들을 돌보는 시간이 되도록 힘써 주십시오. 사랑으로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바라보며 어려운 가운데서도 믿음을 잃지 않고 희망으로 서로 힘이 되어줍시다.
2020년 3월 9일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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