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 때마다 매서운 스윙으로 보는 이의 가슴을 뻥 뚫리게 하는 시원시원한 스파이크가 일품이다. 상대 수비진의 빈틈을 날카롭게 파고드는 서브 득점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 최근에는 리시브와 디그도 부쩍 안정됐다. GS칼텍스 삼각편대의 중심이자 팀의 유일한 국가대표인 강소휘(23ㆍ180㎝) 얘기다.
그런 강소휘가 지난 1일 현대건설과 경기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V리그가 전격 중단되면서 올 시즌 새로 개장한 숙소(경기 가평군)에 ‘강제 감금’ 중이다. 강소휘는 9일 본보와 전화 통화에서 “타고난 천성이 ‘집순이’(실내에서 시간 보내기를 좋아하는 여성)라 그런지 생각보다 아주 답답하지 않아 다행이다”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요즘엔 체력훈련 및 가벼운 팀 청백전으로 경기 감각을 유지 중”이라며 “시즌 중이지만 비시즌인 다소 생소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근황을 전했다.
지난 4일에는 팀원들과 함께 배구 코트에 텐트를 치고 캠핑장 분위기로 단체 영화관람을 했고, “코로나19가 빨리 진정되기를 바란다”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에서 진행되는 ‘코로나 릴레이’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는 “하루빨리 코트로 돌아가 팬들의 함성을 듣고 싶다”며 “응원해 주시는 팬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요즘”이라고 했다.
GS칼텍스는 승점 54(18승9패)로 1위 현대건설(승점 55ㆍ20승7패)과 승점 1차로 치열한 1위 다툼 중이다. 팀 성적도 좋지만 강소휘 개인 성적도 급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득점 8위(405점), 공격 5위(39.3%)에 올라 있고, 수비는 7위다. 강소휘는 “(차상현) 감독님이 ‘어려운 볼일수록 강타’를 주문하신다. 달래면서 때리다 실수하면 팀 사기가 떨어지기 때문이다”라며 “감독님도 절 믿어주셨고, 저도 감독님의 스타일을 받아들인 결과다”라고 말했다.
신인 시절부터 강소휘란 존재감을 알렸던 서브는 리그 2위(세트당 0.371)다. 도쿄올림픽 지역 예선에서는 7개팀 선수들 가운데 서브 1위를 차지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강한 서브를 배웠고 계속 강하게 넣으려고 했다”면서 “그 감각이 지금까지 이어져 이제는 듀스 등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신 있게 넣는다”라고 했다.
올 시즌 리시브와 디그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연말ㆍ연초 국가대표팀에 차출돼 도쿄올림픽 지역 예선을 치른 후엔 팀 내에서 가장 많은 리시브를 처리(점유율 40.5%)하면서도 정확도는 41.8%까지 오르는 등 완전히 안정감을 찾았다. 그는 “대표팀에서도 상대 서브가 나에게 집중됐다”면서 “국제 경기에서도 내 리시브가 통한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올림픽 지역 예선 당시 강소휘의 리시브 효율은 37.5%로 좋았다. 1~3라운드 리시브효율 수치가 다소 저조했던 점에 대해서도 “시즌 초 완벽한 리시브는 드물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실패한 리시브도 없었다”면서 “점점 더 정확해 지고 있다는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강소휘는 빨리 코트에 돌아가길 간절히 바란다. 반드시 이뤄야 할 당찬 꿈이 있어서다. 올 시즌 가장 큰 목표는 팀의 사상 첫 정규리그ㆍ챔프전 통합 우승이다. GS칼텍스는 정규리그 우승 1회(2008~09), 챔프전 우승 2회(2007~08, 2013~14)를 했지만, 아직 통합 우승은 없다. 강소휘는 그러나 △트리플 크라운(블로킹, 후위공격, 서브 각 3점 이상) △시즌 베스트 7 선정이라는 개인 목표도 숨기지 않았다. V리그 여자부 국내 선수 가운데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한 이는 황연주(4회) 김연경(3회) 김희진(2회) 이소영(1회), 이재영(1회) 등 5명뿐이다. 강소휘는 “팀 기여도 면에서 많이 성장한 것 같아 나 자신이 뿌듯하다”면서 “블로킹도 보완해야 하고 상대 코트를 좀더 넓게 볼 수 있는 시야까지 갖춰 연타ㆍ페인트에도 능숙해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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