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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제인 콜든의 정원(3.10)

입력
2020.03.10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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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콜든은 1750년대 뉴욕 북부의 식생을 관찰, 식물도감을 남긴 미국 최초 여성 식물학자다. womenhistoryblog.com
제인 콜든은 1750년대 뉴욕 북부의 식생을 관찰, 식물도감을 남긴 미국 최초 여성 식물학자다. womenhistoryblog.com

제인 콜든(Jane Colden, 1724.3.27~ 1776.3.10)은 미국의 첫 여성 식물학자다. 독립 전 뉴욕에서 태어난 그는 학위는커녕 학교조차 다닌 적이 없었지만, 아버지에게서 배운 식물학 기초지식을 토대로 뉴욕 북부 허드슨 강 계곡 일대의 식생을 조사, 칼 린네의 명명법을 적용한 식물 300여 종의 학명과 영어 이름, 속명을 적고 약성(藥性) 등 효용가치까지 기록한 도감을 남겼다. 284장의 세밀화를 포함한 그의 원고(Flora Nov-Eboracensis)는 현재 런던자연사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치자나무(학명 Gardenia jasminoides)의 학명은,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칼 린네와 존 엘리스가 명명한 것으로 설명돼 있지만, 실제 명명자는 치자나무를 최초로 발견해 학계에 알린 콜든이었고, 학명 ‘가드니아’는 자신의 친구였던 스코틀랜드 출신 미국인 박물학자 알렉산더 가든(Alexander Garden, 1730~1791)의 이름에서 따온 거였다.

당시로선 여성이 과학을 한다는 건 상식 밖의 일이었고, 일류 학자들과 교류하는 건 상상도 하기 힘든 시절이었다. 그만큼 그의 재능과 열정과 역량이 탁월했다. 식민지 실력자였던 아버지의 인맥 덕도 물론 컸다.

에딘버러대에서 의학을 전공한 아버지는 식민지 조사관으로 뉴욕 북부 뉴버그에 정착했다. 의사이기도 했던 그는 식물의 약성에 관심이 많아 영국과 현지 식물학자들과 교류하며 식물을 조사하곤 했다. 콜든은 10세 무렵부터 아버지를 따라 다니며 식물을 관찰하고 분류법을 익혔다. 학교가 없어 라틴어를 제대로 익히지 못한 그에게 1753년 린네의 식물 분류법과 새로운 이항 명명법은 획기적인 돌파구였다. 그는 그 해부터 58년까지 약 5년간 뉴버그 일대의 식물을 조사해 식물도감을 완성했다. 그 과정에서 저명 식물학자 및 박물학자들의 조언을 구하고, 성과를 알리곤 했다. 당시 학자들이 주고받은 편지에는 꽤나 빈번하게 콜든의 이름이, 찬사와 함께 등장한다.

그의 식물학자로서의 삶은 1759년 3월 스코틀랜드 출신의 한 홀아비와 결혼하면서 끝났고, 7년 뒤 출산 직후 숨졌다. 향년 41세. 그는 이내 잊혔지만, 75년 뒤 여성 식물학자 알미라 링컨(Almira Lincoln)에 의해 재조명됐고, 1957년 지역 가든클럽 회원들이 그가 도감에 소개한 식물들로 ‘제인 콜든 기념정원’을 조성했다.

최윤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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