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피스 “도쿄올림픽 시설 인근 방사선량 원전사고 전 평균의 1,700배 넘어”
일본 정부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9년 동안 후쿠시마 일대 방사능 제거를 완료했다고 공언해왔지만, 오히려 주변 지역으로 방사성 오염이 확산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에 따르면 특히 올해 여름 도쿄올림픽에 활용될 시설 인근 방사선량이 원전 사고 전 후쿠시마 평균 방사선량의 1,700배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9주년(오는 11일)을 앞두고 ‘2020 후쿠시마 방사선 오염의 확산: 기상 영향과 재오염’ 보고서를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그린피스는 지난해 10월부터 3주간 후쿠시마 각지에서 방사성 오염 여부를 조사했다.
그린피스 조사팀에 따르면 방사성 오염 제거(제염)가 불가능한 후쿠시마 산림 지역에서 지난해 10월 태풍 하기비스의 영향으로 고존위 방사성 세슘이 도로와 주택 등으로 퍼져 나갔다. 방사성 오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세슘137의 반감기는 30년으로, 반감기가 10번 지나야 방사선량이 줄어든다는 것을 가정할 때 최소 300년간 위험이 지속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 정부가 도쿄 올림픽 성화 출발지로 선정한 후쿠시마 스포츠시설 J빌리지에서도 핫스팟(방사선 고선량 지점)이 발견됐다. 이곳에서 측정된 방사선량은 시간당 최고 71μSv(마이크로시버트)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전보다 1,775배나 높은 수치다. J빌리지는 폭발사고가 난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남쪽으로 불과 20km떨어진 지점에 건설된 축구장 시설이다.
그린피스는 이 같은 사실을 일본 정부에 전달했고, 지난해 12월 도쿄전력이 J빌리지 제염작업을 진행했으나 재조사 결과 J빌리지에서는 핫스팟이 추가로 발견됐다고 밝혔다. 공공도로에서 20m 범위까지 수목과 토양을 모두 제거하는 제염작업 기준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그린피스는 보고서에서 ‘이것은 명백한 정부의 방사성 오염 관리 실패’라며 ‘일본 정부가 방사선 오염 지역을 정확히 파악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할 능력이 있는지 심각하게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일본 정부가 주민 귀환을 지시한 나미에 마을에서도 그린피스 조사결과 5,581곳 중 강 제방과 도로 99%에서 정부 제염 목표치를 웃도는 방사선량이 검출됐다. 이곳의 평균 선량은 시간당 0.8μSv, 최대 시간당 1.7μSv로 사고 이전보다 20배 높았다. 후쿠시마 시내 중심부에서도 도쿄행 신칸센 탑승구 근처와 도로 등 핫스팟 45곳이 발견됐다.
숀 버니 그린피스 독일사무소 수석 원자력 전문가는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시민과 올림픽 관람을 위해 이곳을 방문할 전 세계 시민의 안전을 위해 후쿠시마 오염 실태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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