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 어른거리는 현장에서 국가의 역할 무엇인지 다시 생각”
의사로서 대구에서 의료봉사를 하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9일 자신이 진료한 환자의 가슴 아픈 사연을 전했다.
안 대표는 이날 오전 화상회의로 진행된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초록색 수술복 차림으로 등장했다. 그는 “지난주 한 아주머니 환자분을 만났는데, ‘어디가 불편하나’라고 묻자, 이 환자는 ‘가슴이 너무너무 답답하다’고 했다”며 운을 뗐다.
이어 “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된 환자라고 생각해 ‘숨 쉬는 건 불편하지 않나, 통증은 없나’고 더 자세하게 물었다”면서 “그러자 그분이 ‘선생님, 그게 아니라 어제 저희 남편이 죽었어요. 같은 병에 걸린 후 서로 다른 병원에 입원했는데 어제 죽었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그때 이후로 계속 가슴이 너무 답답해서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 환자는 안 대표에게 “시체를 화장해버리면 다시 남편의 얼굴을 볼 수 없다. 병이 낫지 않아 장례식장에 참석할 수도 없는데, 이 기막힌 상황을 누구에게 하소연할 수 있겠나”라며 말을 이었다.
안 대표는 이에 “한동안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어떤 말이 그분에게 위로가 될 수 있겠나”라며 “고통과 죽음이 바로 눈앞에서 어른거리는 현장에서 함께하면서, 국가의 역할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는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성토했다.
안 대표는 문재인 정부는 물론 이전 박근혜 정부도 전염병에 잘못 대처했다며 양 진영을 싸잡아 비판했다. 그는 “21세기에 주기적으로 우릴 찾아올 팬더믹(전염병 대유행)은 국가 간 실력 차이를 분명하게 드러낼 것”이라며 “국가의 실력은 정권의 실력에서 나타난다. 실력 없는 정권이 실력 없는 국가를 만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포퓰리즘과 이미지 정치로 순간만 모면하는 얄팍한 국정 운영이 이제 더는 통하지 않는 시대”라며 “국가적 위기 속에서 정치의 진정한 설 자리는 어디인지 생각하고, 정리된 생각을 국민 여러분께 말씀 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안 대표는 1일부터 신종 코로나 사태가 가장 심각한 대구에서 의료봉사를 하고 있다. 아내 김미경 서울대 의대 교수와 대구 동산병원에서 출퇴근하며 유증상자로 병원을 찾는 시민들을 진료하고 있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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