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2일 ‘자율 모금’ 공문에도
일부 대대서 모금 강요 정황
“상부에 잘 보이려 장병 압박” 규탄
육군 일부 부대가 신종 코로나 사태와 관련해 성금을 모금하는 과정에서 소속 장병들에게 모금을 강요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군인권센터는 9일 “육군 1사단 예하 대대에서 모금 강요가 발생한 사실을 인지했다”고 밝혔다. 센터 측은 “장병들과 인권침해 상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모금 강요 행위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육군은 지난 2일 각 부대에 신종 코로나와 관련해 ‘자율’ 성금을 모금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각 부대에 하달했다. 이어 육군본부는 6일 7억6,000만원의 성금을 대구적십자사에 보냈다. 육군은 모금 과정에서 확인한 장병ㆍ부대별 사연을 ‘훈훈한 미담’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자율적 모금이라는 육군의 설명과 달리 육군 1사단 예하 A대대에서 모금 과정에 강요 행위가 있었다는 것이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중대 간부들이 15만원을 모금해 B대대장에게 보고하자 2차례에 걸쳐 “모금액이 적다”며 추가 모금을 요구했다. 결국 A대대에서는 2차례 추가 모금을 통해 90만원을 채웠다.
군인권센터는 B대대장이 모금과정에서 간부들을 질책한 사실도 폭로했다. 대대장은 간부들에게 “간부가 몇 명이나 되는데, 성과 상여금에는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개인주의가 왜 이렇게 심하냐” “너네 부대 수준은 이것밖에 되지 않는다”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인권센터는 “해당 부대에서는 간부·병사를 모두 포함해 누가, 얼마나 냈는지 의무적으로 차트화해 제출하게끔 했다"고도 했다. 이어 “장병들이 성금을 마련하기 위해 동료나 가족에게 돈을 빌려 납부하는 경우까지 있었다고 한다"면서 관련자 처벌을 주장했다.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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