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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바이러스와 위기대응 네트워크의 진검 승부

입력
2020.03.10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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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서울 서초구 소방학교에 설치된 코로나19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운전자의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3일 서울 서초구 소방학교에 설치된 코로나19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운전자의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월 18일, 코로나19 사태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신천지가 등장하면서 이 위기는 완벽한 폭풍(Perfect Storm)이 되었다. 바이러스 확산 양상이 가히 폭발적이어서 물 먹은 화선지에 먹물 번지듯 하였다. 이전과는 질적으로 다른 국가 위기사태가 된 것이다.

지난 20여일 동안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가 삶의 기반을 송두리째 흔들 수 있음을 알게 됐다. 세계인은 지금 놀랍고 기이한 한국 사회의 모습을 목도하고 있다. 한국이 보여 주는 의료역량은 놀라움의 대상이며, 신천지라는 컬트(cult) 현상과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분열된 정치는 기이한 것이다.

지금 이 땅에서 바이러스의 네트워크와 이에 대응하는 위기대응 네트워크 간의 진검승부가 펼쳐지고 있다. 위기대응에서 통상 72시간을 골든타임으로 본다. 이 시간을 잘 보내야 상황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이 기간 동안 위기대응 네트워크를 제대로 구성해야 한다.

많은 이들이 2월 18일 이후의 골든타임 동안 지방정부가 어떻게 대응했는지, 중앙-지방 간 협업은 어땠는지 궁금해하고 있다. 사태가 끝나면 전문가들이 어디에 문제가 있었는지 분석해 낼 것이다. 지금은 숱한 의문과 쏟아지는 비판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 묵묵히 할 일을 해야 할 때이다.

현대 사회의 위기상황이 요구하는 정책문제는 복잡하고 다차원적이다. 하나의 정부 부처, 더 나아가 정부 혼자서 해결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위기관리 연구자들은 위기대응 네트워크를 급조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본다. 상황이 긴박하므로 어느 정도 즉흥성이 개재 되어도 좋다고 했다.

미국의 위기관리 사례를 보면 다양한 행위자들이 위기대응 네트워크에 포함되었다. 월마트, 홈디포 등 민간 유통업자들을 활용하거나 자원봉사자와 지역사회, 군을 위기대응 네트워크에 포함시키는 사례를 많이 찾아 볼 수 있다.

정부가 중심을 잡고 민간과 군의 역량을 활용하는 ‘급조 네트워크’가 제대로 작동되면 정부가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 대중이 정부의 역량을 신뢰하게 되면 모든 선순환이 시작된다. 악의적이고 분열적인 루머나 부정적인 무리 짓기(milling) 현상이 줄어든다.

그러나 위기가 닥치면 정부는 거의 매를 맞는다. 미국 사례를 보아도 호평받았던 위기대응 사례는 거의 없었다. 거기서도 정부는 항상 느리게 움직였다. 원래 관료제는 잘 정의된 문제를 안정적으로 다루기 위해 고안된 조직형태다. 그래서 대중의 불만은 어찌 보면 불가피한 것이었다. 언론이 쏘아붙이는 것도 피할 수 없었다.

계속 확장하려는 바이러스의 네트워크를 장악해야 게임이 끝난다. 재난 상황에서 쉽게 빠지는 함정이 비난할당과 희생양 찾기다. 이런 비생산적인 것에 시간과 노력을 허비해선 안 된다.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다른 나라에서도 코로나19 사태는 확산 일로에 있다. 국경을 걸어 잠그건 말건 바이러스에 침투당하고 있다. 코로나19에 대응하는 한국형 모델이 어떤 평가를 받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바이러스 앞에서 모든 나라가 수험생이 됐다. 시간이 지나면 우리의 점수는 저절로 드러날 것이다.

드라이브 스루 검진 방식과 같은 기발한 아이디어를 채택한 것이나 경이로운 검진 속도를 볼 때 우리가 낮은 점수를 받을 것 같지는 않다. 조금 느리게 발동이 걸렸지만 한 번 움직이면 제대로 움직이는 것이 한국의 정부 관료제요 우리 시민사회다.

국토는 좁고 산지가 대부분이라 도시화가 극단적으로 진행된 곳이 우리 삶의 터전이다. 위기관리 전문가들은 생물위기사태 대응에 최악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 곳이 한국이라는 점에 모두 동의한다. 다른 나라 사례를 찾아 볼 필요가 없다. 우리가 최전선에 있다. 바이러스와의 진검승부에서 우리가 승리한다면 세계가 희망을 가질 것이다.

부형욱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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