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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하는 마음으로 24시간 검사기 돌려… 전원 ‘음성’ 나왔을 때 모두 울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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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하는 마음으로 24시간 검사기 돌려… 전원 ‘음성’ 나왔을 때 모두 울었죠”

입력
2020.03.09 01:0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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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폐쇄 17일 만에… 9일 문 여는 은평성모병원 이혜연 진단검사의학팀장]

진단팀, 5일 밤새우며 의료진ㆍ환자 2725명 전원 검사

“주문 외듯 진단기계 쓰다듬으며 ‘음성’ 나와라”

은평성모병원 진단검사의학팀 분자유전진단 소속 임상병리사가 신종 코로나 검사(PCR)를 위해 채취한 검체에서 핵산을 추출하는 전처리 작업을 하고 있다. 은평성모병원 제공
은평성모병원 진단검사의학팀 분자유전진단 소속 임상병리사가 신종 코로나 검사(PCR)를 위해 채취한 검체에서 핵산을 추출하는 전처리 작업을 하고 있다. 은평성모병원 제공
이혜연(왼쪽) 은평성모병원 진단검사의학팀장이 신종 코로나 검사(PCR) 준비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은평성모병원 제공
이혜연(왼쪽) 은평성모병원 진단검사의학팀장이 신종 코로나 검사(PCR) 준비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은평성모병원 제공

지난달 21일 환자 이송직원(161번째 확진환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은 데 이어 22일과 24일 입원환자(365번)와 간병인(755번)이 잇따라 신종 코로나에 감염되면서 서울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은 ‘병원 내 감염’이라는 최악의 위기에 직면했다. 800병상에 달하는 서울 서북지역 대형 거점병원인 은평성모병원은 모든 진료 업무를 중단했고, 신종 코로나의 어두운 그늘 아래 문을 걸어 잠갔다. 14명. 이송직원 가족과 간병인, 환자 가족으로 이어진 수일 동안의 확진환자 확산세에 방역당국은 “서울 집단 발병 중 가장 큰 규모”라는 진단을 내렸을 정도였다. 하지만 대형 병원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은평성모병원 사태는 다행스럽게 여기서 종지부를 찍었다. 서울시는 “추가 확진자가 나오지 않고 격리기간이 종료돼 9일 은평성모병원 폐쇄조치를 해제한다”고 밝혔다. 폐쇄 17일 만의 일이다.

병원 폐쇄 해제를 하루 앞둔 8일 한국일보는 은평성모병원 이혜연 진단검사의학팀 팀장을 인터뷰로 만났다. 이 팀장은 병원 내 감염 위기가 닥치자 진단검사의학팀 분자유전 부서원 5명과 꼬박 닷새(지난달 24~28일) 동안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의료진 1,281명을 포함해 병원 관계자 2,725명에 대한 신종 코로나 검사(PCR)를 빠짐없이 진행했다. 병원 내ㆍ외에선 이 팀장이 이끄는 진단검사의학팀의 발 빠른 대응 덕분에 더 큰 병원 감염 사태로 확산되는 상황을 막아낼 수 있었다고 입을 모은다.

“환자와 병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어떤 병원도 시도하지 않았던 자체 신종 코로나 검사를 실시한다고 했을 때 ‘과연 검사를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이 컸어요. 검체를 채취할 키트와 의료진, 검사장비가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죠.”

신종 코로나 검사를 위해서는 채취한 검체에서 핵산을 추출하고 이를 시약과 혼합하는 정교한 작업이 선행된다. 검사 준비에만 2시간이 넘게 걸려 보통 1회 검사에 최소 4시간 이상이 소요된다. 은평성모병원에 배치된 검사장비는 단 2대. 한 번의 검사로 얻을 수 있는 결과 건수는 92건에 불과했다. 이 팀장과 팀원들이 마주한 현실은 끔찍했다. 부족한 장비와 더불어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거의 24시간 내내 착용하는 ‘레벨(Level)D’ 보호복과 N95 마스크와 고글은 숨통을 조였다.

그래도 이들은 쉴 새 없이 돌아가는 검사기계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다행히 우선적으로 실시한 600명의 재원환자 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나오면서 힘을 얻었다. 본격적인 의료진과 교직원 검사에 들어가며 이 팀장은 끝없이 기도했다고 말했다. “재원환자 검사가 음성으로 모두 나왔을 때 ‘됐다’는 확신이 생겼어요. 직원들의 검사가 진행될수록 간절한 마음은 더 커졌죠. 멈추지 않는 검사기계를 만지고 쓰다듬으며 ‘제발 모두 음성이었으면’이라고 되뇌었어요.

전원 음성 판정이 나오기까지 걸린 시간은 닷새. 지난달 29일 자정쯤 마지막 신종 코로나 검사결과가 음성으로 나오자 이 팀장을 비롯한 부서원들은 기쁨의 눈물을 쏟았다. “부서원들이 ‘혹시라도 양성이 나오면 어떻게 알려야 하나’라며 연신 눈물을 흘릴 때 가슴이 뭉클했어요.”

이 팀장은 국민 모두가 의료 최전선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노력하는 사람들의 노고를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더했다. “우리처럼 대구ㆍ경북 등 신종 코로나가 발생한 모든 지역이 하루빨리 정상을 되찾길 기도하겠습니다.”

김치중 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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