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0년물 국채금리 사상 최저
주요국 금리 급락 추세 지속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세계 경제 곳곳에 둔화 조짐이 짙어지자, 대표적인 경기부양 수단인 ‘저금리’에 대한 기대감이 글로벌 채권시장을 감싸고 있다.
지난 3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한 후에도 미 국채금리는 사상 최저수준으로 수위를 낮추며 사실상 ‘제로 금리’를 재촉 중이다. 주요국의 연쇄적인 통화완화 정책은 한국은행에도 ‘반갑지 않은’ 금리인하 압박으로 작용하게 된다. 자칫 이렇다 할 효과는 없이 부동산 시장만 자극할 우려도 높아지는 형국이다.
◇세계 채권금리 동시다발 급락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6일 뉴욕시장에서 미국 10년만기 국채금리는 0.7%대까지 떨어져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최근 일주일간 0.40%포인트 가까이 급락했다. 채권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금리 하락은 국채에 대한 수요가 그만큼 커졌다는 뜻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안전자산 선호 심리에, 연준의 전격 금리인하 발표가 겹치면서 ‘패닉 바잉(panic buying)’을 촉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럼에도 시장은 여전히 추가 금리인하를 기대하고 있다. 미 선물시장은 오는 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연준이 금리를 낮출 가능성을 100%로 반영하고 있다. 이달 잇따라 열리는 주요국 통화정책회의를 앞두고 독일, 영국 등 다른 채권시장에서도 국채금리는 급락 추세다.
국내 채권시장도 비슷한 상황이다. 연준의 긴급 금리인하 직후, 한은이 긴급 간부회의를 소집하자 4일 국고채 금리는 한은의 금리인하를 점치며 크게 떨어졌다. 다만 한은이 즉각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으면서 국고채 금리는 다시 올랐지만, 늦어도 4월 정기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금리인하 결정이 나오리란 전망이 절대적이다.
◇“효과 없이 부동산만 자극할 것” 우려도
하지만 각국의 이 같은 초저금리 정책이 효과를 보지 못할 거란 우려도 만만치 않다. 이론상 금리인하로 투자와 소비가 살아나야 하는데, 지금은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을 지속하는 상황이라 가계의 소비나 기업의 투자를 진작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또 각국 정부가 재정확대 정책에 소극적이기 때문에 중앙은행들이 이를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기준금리를 낮추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여기에 이미 역사적으로 크게 낮은 수준인 기준금리를 더 낮출 여지가 적어 금리인하 효과가 예전만 못하다는 점도 문제다.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6일 “기준금리가 제로에 가까워 연준이 더 이상 가계와 기업을 돕기 쉽지 않다”면서 “재정ㆍ세제 정책이 중요한데 대규모 투자를 늘리려는 조짐이 없어 보인다”고 주장했다.
특히 한국은 금리인하로 풀리는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쏠리기 쉽다는 점이 통화정책 결정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준금리를 내리면 대출이 쉬워져 가계부채가 커지고, 이 자금이 부동산 시장을 자극해 집값을 올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리 인하가 현재 집값 상승의 원인이 되는지는 금통위 내부에서조차 쟁점이 됐지만, 저금리가 주택담보대출 수요를 늘리고 주택시장을 자극하는 현상은 미국 등지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4일 “(금리 인하의) 실효하한이라는 것은 자본유출 측면뿐 아니라 실물경제 파급효과라던가 금융안정 측면의 부작용 등 여러 측면에서도 평가될 수 있다”고 밝혔다. 금리 인하가 부동산 시장을 자극해 금융시장의 취약성을 심화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