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정박 선박서 21명 확진, 사망자도 나와
검사 절반 감염… 무더기 확진 日 크루즈와 같은 선사
미국에서 ‘크루즈 집단감염’ 사태가 재연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앞바다에 정박 중인 크루즈선 ‘그랜드 프린세스호’에서 벌써 21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감염률이 진단 대상의 절반에 달해 전수 검사를 실시할 경우 확진자가 쏟아질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이 배에는 승객과 승무원을 합쳐 3,533명이 타고 있다. 앞서 일본에 머물던 크루즈선에서 무더기 감염이 나온 전례도 집단 발병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미국 코로나19 대책을 총괄하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6일(현지시간) 브리핑을 통해 “그랜드 프린세스호에서 승무원 19명과 승객 2명 등 21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1차 진단은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있는 46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는데, 감염률이 46.7%나 됐다. 기저질환이 있던 71세 남성 확진자는 이미 전날 숨졌다. 이에 미 행정부는 탑승객 전원을 상대로 전수 검사를 시행할 방침이다.
당국은 승무원 감염이 압도적으로 많은 점으로 미뤄 이들을 주요 전파자로 보고 있다. 펜스 부통령은 “승무원들이 두 차례 여행에서 (코로나19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그랜드 프린세스호는 지난달 11∼21일 샌프란시스코를 출발해 멕시코를 다녀오는 일정을 마친 뒤, 다시 샌프란시스코에서 하와이로 가는 여정에 올랐고, 이 기간 승무원이 선내에 코로나19를 퍼트렸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모든 탑승객을 검사하면 확진자가 폭증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달 1일까지 일본 요코하마항에 정박한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도 695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공교롭게도 두 선박은 모두 같은 선사인 프린세스 크루즈가 운용하고 있으며, 승선 인원 역시 비슷하다.
미 정부는 일단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처럼 탑승객들을 ‘선내 격리’한 후 검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펜스 부통령은 승무원 1,111명을 지목해 “이들은 배에서 내릴 필요가 없다”면서 선내 격리 방침을 내비쳤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역시 “배 한 척 때문에 (감염) 숫자를 두 배로 늘릴 필요는 없다”고 언급했다.
선박 정박 장소와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일간 워싱턴포스트 등은 “연방정부가 그랜드 프린세스호를 샌프란시스코가 아닌 비상업용 항구로 옮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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