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국난극복을 위해 결집의 중요성을 강조한 명언으로 국가적 위기 때마다 통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만큼은 뭉치기 보다는 잘 흩어져야만 극복이 가능하다.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대면접촉을 최소화 해야 하기 때문이다.
보건당국은 3일 코로나19를 예방하는 데 있어 마스크 착용보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더 효과적이라고 밝혔고, 지자체와 의학계에서도 외출과 모임 참석, 주말 종교 활동 등의 자제를 당부하고 나섰다. 업무 등으로 외부 활동이 불가피한 경우 접촉면과 시간을 줄이기 위한 아이디어 또한 속속 등장하고 있다.
◇가림막 세우기
타인과 최소 2m 이상 거리 두기가 쉽지 않은 구내 식당이나 관공서 민원실 등에선 아예 가림막을 설치해 서로간의 접촉을 최소화하기 시작했다. 4일 광주시 북구청은 민원 창구에 아크릴 재질의 투명 가림막을 설치했고, 서울 성동구 한양대학교 행정실 역시 같은 조치를 취했다.
직장 내 식당 풍경에도 변화가 생겼다. 다수의 기업이나 관공서 구내 식당에서 한 방향으로만 앉거나 엇갈리게 앉아 식사를 하는 직원들의 모습이 흔해졌다. ‘식사 중 대화 금지’ 푯말이 등장한 데 이어 인천 해양경찰청 구내 식당은 아예 테이블 중앙에 가림막을 설치해 서로 눈도 마주치지 못한다.
◇떨어져 앉기
코레일은 3일부터 승차권 예매 시 창가 좌석을 우선 배정하고 있다. 장시간 밀폐된 공간에 앉아 있어야 하는 만큼 승객간의 거리를 최대한으로 유지하기 위한 방편이다. 최근 확진자가 크게 늘고 있는 이탈리아에선 자동차 제조사 피아트의 미디어 행사에서 2m 정도 거리를 두고 좌석을 배치한 장면이 외신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드라이브 스루
자신의 차량에 탄 채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수 있는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 역시 사람간의 접촉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아이디어다. 텐트 형태의 선별진료소에서 검체를 채취하는 과정은 시간이 오래 걸릴 뿐 아니라 의료진과 피검사자간의 접촉 또한 밀접해진다는 단점이 있다. 그에 비해 드라이브 스루 방식은 피검사자가 차에서 내리지 않고 창문은 절반 정도만 내린 채 신속하게 검체를 채취하므로 감염 가능성을 크게 낮출 수 있다.
◇화상 회의
화상 회의 시스템이 코로나19 사태로 각광을 받고 있다. 원래 화상 회의는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어 한 데 모이기 어려운 경우 활용해 온 시스템이지만 요즘은 한 데 모이지 않기 위해 화상 회의를 하는 경우가 많다. 기업체는 물론 법원에서도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화상 시스템을 활용한다. 코로나19로 일시 휴정에 들어간 서울고등법원이 원격 영상재판을 열었고 미래 통합당은 대구ㆍ경북 지역 공천 신청자들을 대상으로 화상 면접을 실시했다.
코로나19의 국내 확진자 증가 추세가 며칠새 주춤하는 모양새다. 보건 당국과 방역 전문가들은 아직 안심할 단계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앞으로 1~2주가 코로나19 극복으로 가는 매우 중요한 시기라는 데에도 이견이 없다. 방역과 치료 등 정부 차원의 대응과 함께 ‘사회적 거리 두기’에 대한 자발적 참여 또한 무엇보다 중요하다.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살리라.
홍인기 기자 hongi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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