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더스가 클린턴 누른 미시간 등 백인 노동자 표심 향방 가늠자
미국 민주당의 대선 경선 레이스에서 조 바이든 부통령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미니 화요일’(10일)에 진검 승부를 벌이게 됐다. 슈퍼화요일(3일)을 전후해 후보들이 잇따라 사퇴한 후 마지막 남은 주요 주자인 엘리자베스 워런 의원마저 5일(현지시간) 중도 하차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처음 양강 대결을 펼친다는 점에서 진보ㆍ보수 진영의 기세 싸움도 진면목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이날 경선이 치러지는 곳은 미시간(125명) 워싱턴(89명) 미주리(68명) 미시시피(36명) 아이다호(20) 노스다코타(14명) 등 6개주(州)로 총 352명의 대의원을 선출한다. 슈퍼화요일의 대역전극을 이룬 바이든 전 부통령은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의 지지까지 얻어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미시간 워싱턴 아이다호 노스다코타는 4년 전 경선 때 샌더스 의원이 승리했던 곳이어서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
최대 승부처는 대의원수 125명이 할당된 미시간이다. 디트로이트 공장 지대의 백인 노동자층 표심을 확인할 수 있는 곳으로 대선에서도 민주당 후보와 트럼프 대통령의 치열한 대결이 예상되는 대표 경합주다. 2016년 경선에선 샌더스(49.7%)가 힐러리 클린턴(48.3%) 전 국무장관을 근소하게 제쳤고, 대선 본선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0.23%포인트라는 간발의 차로 클린턴을 따돌렸다.
두 사람 모두 ‘노동자의 대변자’를 자처해온 터라 미시간 경선 결과의 의미는 상당하다. 백인 노동자층을 지지 기반으로 삼은 트럼프와의 본선 경쟁력도 검증할 수 있어 향후 민주당원의 표심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일단 전날 공개된 현지 매체 여론조사에서는 바이든이 29%로 샌더스(23%)를 6%포인트 차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인지 샌더스는 미시간 승리에 사활을 거는 분위기다. 그는 당초 6일 예정됐던 미시시피 유세를 취소하고 미시간 유권자들을 만나기로 일정을 바꿨다. 일간 뉴욕타임스는 “남부의 흑인 유권자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2016년 흑인층 표 확보에 고전했던 샌더스는 올해 슈퍼화요일에도 흑인 비중이 높은 남부 주에서 바이든에 완패했다. 미시간마저 내줄 경우 치명상을 입을 수 있어 선택과 집중에 나선 것이다. 그는 이날 “모든 주를 갈 수는 없다”며 “미시간은 매우,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도 결집에 성공한 바이든과 달리 같은 진보 성향의 워런이 지지 후보를 밝히지 않은 점도 샌더스에겐 아쉬운 대목이다. 워런은 이날 경선 중단을 발표하면서 “좀 더 생각할 시간을 갖고 싶다”며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 미 언론은 “워런이 샌더스와 정책 색깔은 비슷하지만 정치적 영향력 확대를 위해 바이든을 지지할 수 있다”고 전했다. 워런은 과거 샌더스가 ‘여성은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발언을 했다고 주장해 두 사람 관계도 냉랭한 상태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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