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책에도 품귀… 의료진 등 위해 SNS ‘마스크 안 사기 운동’
“건강한 非의료인은 재사용, 면 마스크도 호흡기 접촉 예방 효과”
“마스크는 우리 모두에게 부족한 상황입니다. 구입력이 있으시다면 오늘만큼은 꼭 필요한 분께 갈 수 있도록 마스크 양보 어떨까요.”
신종 코로나 사태로 마스크 대란이 번지던 지난 4일. 정부가 마스크 구매를 5매로 제한한 가운데 서울 강남구 청담동 대로변 한 약국에 시민들에게 드리는 호소성 안내문이 붙었다. 안내문을 쓴 약사 임수하(30)씨는 “며칠째 마스크를 못 사고 돌아가는 분들을 보면서 마음이 아파 호소를 드렸지만 5매보다 적게 산 손님은 없었다”고 했다. 정부가 마스크 구매를 2매로 제한한 6일 임씨 약국에 배당된 2매짜리 묶음 250매의 마스크는 40분만에 동이 났다.
정부가 연일 고강도 마스크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마스크 구하기는 여전히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다. 급기야 정부가 마스크 유통 시스템을 사실상 배급제로 전환한 가운데, 당장 불요불급한 마스크에 대한 수요를 줄이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정부 대책을 따른다면 적어도 1주일에 2매의 마스크는 확보할 수 있는 만큼, 마스크를 구하기 어려울 것이란 불안감을 떨치고 취약계층이나 의료진 등 보다 절실한 이들에게 마스크를 양보하자는 취지다.
마스크 양보 움직임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온라인에서 먼저 번지고 있다. 맘카페 등에서는 ‘몸이 건강하거나 약 2주간 착용할 마스크가 있다면 노약자, 임산부, 의료진 등 필요한 곳에 보건용 마스크가 공급될 수 있도록 마스크 구매를 보류하자’는 취지로 ‘마스크 안사기’라는 제목의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페이스북에도 ‘#마스크 안사기 운동 동참’ 등의 해시태그가 이어지고 있다. 일러스트레이터 ‘고군’은 한 남성이 보건용 마스크를 의료진에 건네주는 삽화를 SNS에 게재해 네티즌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정부에서도 막연한 불안감이 부추기는 가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마스크 사용의 자제를 당부하고 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6일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마스크는 의료진처럼 오염 가능성이 큰 환경에 있는 분들이 쓰거나 감염됐을지 모르는 호흡기 질환자, 기저질환이 있는 노약자 등이 주로 쓰셔야 한다”며 “깨끗한 환경에서 일하거나 건강한 분들은 마스크 사용을 자제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내부 회의에서 가급적 마스크를 쓰지 않고 필요한 경우에는 면마스크를 사용하는 방향으로 최근 내부 지침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마스크 확보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고 공정한 마스크 분배를 위해 면마스크 사용이나 일회용 마스크의 재사용 등을 권고하고 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신종 코로나 예방의 핵심은 오염된 손이 호흡기에 닿지 않게 하는 것인데 이런 면에서 면 마스크도 충분한 예방 효과를 갖는다”며 “타인과 거리가 2m 이상인 야외에선 면 마스크를 착용하고, 실내에선 대화하는 상대방과 마주 보는 대신 빗겨 앉는 식으로 예방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일회용 마스크 재사용에 대해서는 논란이 없지 않지만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마스크 재사용이 절대 최선은 아니지만, 햇볕이 잘 들고 통풍 잘 되는 곳에서 자연건조 시키면 (재사용에) 큰 문제는 없다”고 권고했다.
일부 전문가는 마스크에 대한 집착보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금으로선 제일 급선무”라며 “마스크가 부족한 상황에서 타인과 접촉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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