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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가 마스크 판매상?" 마스크 파느라 처방전 놓치는 약국

입력
2020.03.06 16:26
수정
2020.03.06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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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부터 본인확인 절차… “전문약 조제 등 원래 업무 지장 받을 듯” 

 대한약사회 “약국 부담 사실… 당장 고충 해소 어려워” 

6일 서울 종로구 한 약국에서 시민들이 신분증을 제시한 뒤 마스크를 구매하고 있다. 연합뉴스
6일 서울 종로구 한 약국에서 시민들이 신분증을 제시한 뒤 마스크를 구매하고 있다. 연합뉴스

마스크 판매 방식이 실명제로 바뀌면서 첫날부터 고충을 호소하는 약사들이 늘고 있다. 약국은 다른 공적 판매처와는 달리 1인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아 부담이 커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상황이다.

정부의 마스크 수급 안정화 대책에 따라 일선 약국에서 6일부터 구매자들의 신분증을 확인해 전산에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한 후 마스크를 판매하고 있다. 본인확인 절차가 새로 생기면서 일선 약국의 업무가 더욱 늘어났다.

경남의 A 약사는 이날 한국일보에 “이제 입고되는 마스크 수량도 등록해야 하고 판매할 때도 일일이 신분증을 대조한 뒤 주민등록번호를 검색해야 해 기존보다 할 일이 몇 배로 늘었다”며 “약국은 전문약 조제와 복약지도, 일반약 판매 등이 주가 돼야 하고 이 외에도 할 일이 산적해있는데, 마스크 판매로 주 업무에 지장이 많이 간다”고 하소연했다.

서울에서 1인 약국을 운영 중인 B 약사도 “마스크를 팔다 보면 정작 처방전을 들고 온 환자를 놓치는 일이 생긴다”며 “이제는 본인확인까지 해야 해 마스크가 입고되고 나면 소진될 때까지는 다른 일을 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마스크를 팔아도 사실상 마진이 없어 인력을 충원하기에도 무리”라고 덧붙였다.

정부에서 1인당 구매 수량을 2개로 제한했지만, 일부 약국에서는 3매입 또는 5매입 마스크를 공급받아 별도의 시간과 비용을 들여 다시 2개로 포장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겪기도 한다.

시민들이 공적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서울시 종로구의 한 약국 앞에 길게 줄을 서 있다. 정준희 인턴기자
시민들이 공적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서울시 종로구의 한 약국 앞에 길게 줄을 서 있다. 정준희 인턴기자

시민들의 따가운 눈총도 약국이 감당해야 하는 몫이다. A 약사는 “마스크를 필요로 하는 시민을 위해 봉사하는 마음으로 이 모든 것을 감내하고 있다”면서도 “마스크를 빼돌린 게 아니냐 거나 마스크가 없으면 사과하라는 등의 욕을 먹게 되면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약사들의 고충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서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이날 SNS에는 “친구 남편이 약사인데 마스크 5부제 때문에 벌써부터 미칠 것 같다고 한다”(in****), “판매처에 인력이 충분한 지도 확인해 달라. 약국은 약사 1인인 경우가 많은데 일주일 내내 마스크 판매만 하고 있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ba****) 등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시민들은 약사를 격려하고 나섰다. “동네 약국 약사님이 이게 마스크 판매자지 약사냐고 한탄하셨다. 힘내시라”(zh****), “요즘 약사님들 고생이 많으시다. 항상 감사하다”(커****), “다른 약국에서 그 모습을 직접 제 눈으로 봤기에 너무 고생하시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en****) 등이다.

그러나 당장 일선 약국의 부담을 해소하기에는 어려운 실정이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한국일보 통화에서 “대부분의 약국이 1인으로 운영돼 일일이 신원을 조회해서 판매하는 게 버거운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국가적으로 어려운 상황이고, 급박하게 진행되다 보니 당장 고충을 해결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고충이 있긴 하지만, 약사사회는 현재 사명감과 책임감을 갖고 사회에 기여하겠다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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