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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보수 비례정당 표심 왜곡 바로잡으라

입력
2020.03.06 18:00
수정
2020.03.06 20:53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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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최대 변수 떠오른 비례정당 논란

이상론 고집은 되레 보수야당 돕는 꼴

선거법 취지 살리는 비례연합 구성해야

정의당 국회의원들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미래한국당 국회 연설 규탄 입장을 발표하며 미래한국당 해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정의당 국회의원들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미래한국당 국회 연설 규탄 입장을 발표하며 미래한국당 해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오대근 기자

미래통합당이 정당 득표에 따라 배정되는 비례 의석을 쓸어 담기 위해 공언하고 만든 위성정당이 한 달 남짓 앞둔 총선을 좌우할 핵심 변수가 됐다. 지역구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비례대표만 정한 이 당에 정당표를 몰아준 뒤 준연동형 비례제로 선거법이 바뀌기 전과 마찬가지의 비례의석을 확보한 뒤 미래통합당과 합당하겠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선거법 개정은 지역구에서 이미 유권자의 정당 지지도에 맞먹거나 그 이상의 후보를 낸 거대정당들이 정당 득표에 따라 비례 의석마저 쓸어가 벌어지는 표심의 과대 대표를 시정하기 위한 것이었다. 미래통합당의 비례정당인 미래한국당은 이런 선거법 개정의 취지를 비웃는 것은 물론이고 개정법 아래 실시되는 이번 선거의 민주적 정당성을 부정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엄연한 반민주성에도 불구하고 선거법의 허점을 노린 이런 행태를 제도적으로 막을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잠깐 당명을 두고 시비가 있었지만 미래한국당은 이미 선관위 등록이라는 중대 문턱을 넘어섰다. 국민의 선거권 평등권 침해라며 헌법소원이, 참정권 투표권 행사에 심각한 장애라며 정당등록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됐지만 선거 전에 결론이 나올지 의문이다.

이를 저지할 유효 수단은 이제 표밖에 남지 않았다. 미래한국당을 꼼수 정당이라고 인식하는 다수의 시민이 투표로 미래한국당을, 미래통합당을 심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다고 미래통합당 콘크리트 지지자들의 비례정당 지지표까지 막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실제로 최근 여론조사에서 미래한국당을 찍겠다는 비율이 30%에 이른다. 선거법 개정 취지대로라면 가져가서는 안 되는 20석 정도가 궁극적으로 미래통합당 차지가 된다. 사정이 이런데도 여전히 깨어 있는 유권자들이 표로 응징할 것이라고 믿는 것은 무책임한 이상주의일 뿐이다.

그렇다고 더불어민주당이 미래한국당 같은 비례정당을 만드는 것은 똑같은 표 도둑질에 불과하다. 시민단체 등에서 비례연합정당을 만들자거나 민주당이 비례의석을 포기하고 선거 연대해 소수정당을 지원하자는 구상이 분출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비례연합정당의 경우 외형으로는 미래한국당과 유사하다고 말할 수 있지만 취지는 정반대다. 미래한국당의 의석 왜곡으로 의미가 없어진 선거법 개정의 취지를 되살리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대전제가 하나 있다. 민주당이 연합 이전에 획득할 수 있는 비례의석 이상을 가져가지 말아야 한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런 의견이 없지 않고, 야권에서도 민주당이 기득권을 내려놓을 자세가 돼 있다면 어떤 방안이든 논의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하지만 후보 등록 마감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서둘러 논의를 진행해도 모자랄 판에 캐스팅보트를 쥐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의당 지도부의 뜨뜻미지근한 태도는 납득하기 어렵다. “위헌적인 위성정당”이라는 말만 반복하며 비례연합정당 참여에 선을 긋는 것이 늘어날 의석에 취해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의 반민주적 의석 갈라먹기를 수수방관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정의당은 민주당이 비례 후보를 아예 내지 않고 소수정당에 표를 모아주는 선거 연대는 검토해볼 수 있다는 분위기인 듯하다. 그러자면 민주당은 지금대로 선거를 치러 얻을 최소한의 비례의석까지 포기해야 한다. 민주당 지지자의 3분의 1 정도가 정의당에 호감을 갖는 것은 여론조사로 확인되지만 이 경우 정의당 등에 대한 반감으로 나머지에서 사표가 발생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연합정당보다는 민심 반영에 한계가 있고, 그만큼 미래한국당을 돕는 결과가 된다.

“무엇을 행해야만 하는가의 문제에 매달려 무엇이 실제로 행해지고 있는가의 문제를 소홀히 하는 사람은 자신을 지키기보다는 파멸로 이끌리기 쉽다”는 마키아벨리의 말이 떠오른다. 여전히 미진하지만 천신만고 끝에 개정된 선거법이 휴지조각 되는 사태를 두고 볼 셈인가. 유권자의 표심을 민주적으로 반영하는 선거 전략이 무엇일지 각 당은 숙고해야 한다.

김범수 논설위원 bs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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