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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 50명인데 남은 마스크 50장”…의료진 ‘마스크’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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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 50명인데 남은 마스크 50장”…의료진 ‘마스크’ 비상

입력
2020.03.06 18:00
수정
2020.03.06 23:44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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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대형병원들도 재고 부족, 지역 종합병원들 “구할 수 없다” 아우성

6일 오전 대구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역거점병원인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서 의료진이 음압병동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서로 도와가며 보호구를 착용하고 있다. 연합뉴스
6일 오전 대구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역거점병원인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서 의료진이 음압병동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서로 도와가며 보호구를 착용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료진이 50명인데 오늘 현재 보건용 마스크(N95 마스크) 재고가 딱 50장입니다. 의료진도 마스크가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환자를 치료해야 할지 걱정입니다.” (경남 창원 종합병원 A원장)

정부가 ‘마스크 수급 안정화 대책’으로 마스크 공적 판매 비중을 80%까지 늘리고 개인에게는 1인당 일주일에 2매로 구입을 제한하기로 했지만, 정작 마스크가 가장 필요한 의료진에는 수급 비상이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보건당국에서는 의료진에 우선적으로 마스크를 공급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의료현장에서는 “당장 하루하루가 비상”이라는 아우성이 쏟아지는 실정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의 전쟁 최전방에서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들에게 우선 공급량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6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공적 판매처를 통해 총 726만장의 공적 마스크를 공급했다. 이 중 대구ㆍ경북 지역 특별공급량이 32만장이며, 의료기관에는 90만장이 배정됐다. 우체국과 하나로마트에 각각 14만장, 19만장이, 약국에는 571만장이 공급됐다. 줄을 서도 사지 못하는 일반인들을 위해 약국 판매 비중을 확 늘렸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의료현장에서는 마스크 수급 비상이 걸렸다. 실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회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대병원이 방역용품 재고 부족을 이유로 일회용으로 사용하던 보호구를 소독해 다시 사용하라고 지시하고, 병원에서 종사하는 일부 노동자들에게는 마스크도 지급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서울대병원 측이 “재고물량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우선적으로 의료진에게 마스크와 보호복 등을 제공하고 있다”고 반박했지만, 마스크 수습이 여의치 않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신종 코로나 확진환자가 6,000명에 육박하는 대구ㆍ경북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감염병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의료진에게 우선해 마스크가 공급돼야 하는데 N95 마스크를 구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확진환자가 다수 입원해 있는 대구의 한 대학병원은 의료진들의 확진자 치료와 검체 등에 하루 600~800장의 마스크가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신우 경북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신종 코로나 확진자는 물론 검사를 받아야 할 이들이 폭증해 전국에서 마스크, 보호복 등을 지원해주고 있지만 하루 이틀이면 재고가 동이 나는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전국에서 산발적으로 신종 코로나 확진환자가 늘어나면서 지역 병원들도 마스크 구하기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하늘에 별 따기’이긴 마찬가지다. 의료진의 감염을 막는 게 병원 내 감염을 막는 최선의 방법이지만 가장 시급한 마크스가 없어 발만 동동 구르는 처지다. 선별진료소를 운영하는 경기 시흥시의 한 종합병원 간호사 B씨는 “병원 구매팀에서 다음 주에 들어오기로 했던 보건용 마스크가 업체 사정으로 들어오지 못한다고 통보를 받았다”며 “다음 주부터 환자를 어떻게 받아야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의료기관에 납품하는 마스크 업체들도 할말이 없진 않다. 대형병원과 국공립의료원 등에 우선 납품하고 남은 재고를 지역 종합병원 등에 납품하는데 수요가 너무 많아 재고가 없다는 것이다. 이렇다보니 1차 의료기관인 병ㆍ의원급에서도 마스크 부족은 생존의 문제가 됐다. 서울 강서구 산부인과의 C원장은 “보건용 마스크는커녕 일반 마스크도 구하지 못해 점심시간에 간호조무사들이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동네 약국을 뒤지고 있지만 허탕만 치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기관 마스크 부족 사태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자 정부는 공급을 일원화하고 공적 마스크의 의료기관 배정량을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지금까지 생산ㆍ판매업체와 의료기관의 개별 계약을 앞으로는 조달청이 생산업체와 일괄 계약하고, 의료계 4개 협회(대한병원협회ㆍ대한의사협회ㆍ대한치과의사협회ㆍ대한한의사협회)에서 마스크를 배포한다는 것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공적 마스크 중에 100만장 이상은 무조건 의료기관에 배정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치중 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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