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 김광현(33ㆍ세인트루이스)의 기세가 무섭다. 비록 시범경기지만 3경기 연속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코칭스태프와 현지 언론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았다.
김광현은 6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주피터의 로저 딘 스타디움에서 열린 뉴욕 메츠와 시범경기에서 선발 애덤 웨인라이트에 이어 팀의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2이닝 동안 3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으로 임무를 완수했다. 25개의 공 가운데 18개를 스트라이크로 던졌고, 최고 150㎞의 직구와 최저 111㎞의 슬로우커브를 선보이며 완급조절을 했다.
지난 3일 미네소타전 선발 등판 예정이었다가 사타구니 통증으로 일정이 변경돼 우려의 시선도 있었지만 말끔히 지웠다. 오히려 김광현은 ESPN을 비롯한 미국 언론을 통해 "현재 몸 상태는 100%"라고 말했다. 선발 한 차례와 불펜으로 두 차례 등판에서 5이닝 7탈삼진 무실점, 평균자책점 0의 행진 중이다. 팀 내에서 5이닝 이상 소화한 투수 중 실점하지 않은 선수는 김광현이 유일하다. 7일 기분 좋은 휴식을 취하는 김광현은 "일단 이발을 해야 할 것 같다. 이후엔 바닷가로 가서 낚시를 즐길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어로 "난 정말 낚시를 좋아한다"라고 밝힌 뒤 "청새치처럼 큰 물고기를 잡고 싶다. 큰 고기를 잡으면 사진을 찍어 보여드리겠다"며 여유도 보였다.
마이크 실트 세인트루이스 감독은 AP통신과 인터뷰에서 "김광현은 매우 긍정적인 신호를 보여주고 있다"며 "그의 모습에 고마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 등판은 10일 미네소타전"이라며 "해당 경기에선 좀 더 많은 공을 던질 것"이라고 전했다. AP통신은 "김광현은 SK에서 한국 최고의 투수로 활약한 뒤 올 시즌 세인트루이스에 합류했다"며 "다만 세인트루이스 구단은 김광현의 보직을 확실하게 정해두지 않았다"고 전했다. 세인트루이스 포스트 디스패치도 "한동안 사타구니 통증으로 실전 경기에 등판하지 못했던 김광현이 메츠전 2이닝을 실점 없이 막아내 3경기 무실점 행진 기록을 이어갔다"고 보도했다.
김광현은 팀이 0-5로 끌려가다가 6-5로 전세를 뒤집은 5회 등판했다. 첫 타자는 지난해 홈런 53개를 쳐 역대 빅리그 신인 최다 홈런 기록을 새로 쓴 내셔널리그 신인왕 수상자 피트 알론소. 김광현은 초구로 시속 148㎞ 짜리 직구를 던졌다가 중전안타를 내줬다. 그러나 후속 3타자를 간단히 범타로 요리했다. 6회엔 1사 1ㆍ3루에 몰렸지만 실점 없이 막아내는 위기 관리 능력도 선보였다.
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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