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병에 호환되는 성분 찾아 코로나19 치료제로 ‘재창출’
충북 청주시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오창분원에 있는 국가영장류센터에서 한 연구원이 연구시설을 살펴보고 있다. 생명연 제공

국내 과학자들이 기존 출시된 약물들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에 쓸 수 있는 성분을 찾아 나선다. 전혀 다른 병의 치료제로 허가 받은 약을 코로나19 치료에도 쓸 수 있도록 탈바꿈시키는 이른바 ‘약물 재창출’ (본보 2020년 3월 2일자 4면) 시도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파스퇴르연구소와 한국화학연구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등이 함께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허가해 효능과 안전성이 입증된 약물 가운데 코로나19에도 사용할 수 있는 성분을 찾아내는 코로나19 약물 재창출 연구를 추진한다고 6일 밝혔다.

코로나19에 딱 맞는 맞춤 치료제는 현재 없다. 하지만 여러 나라에서 코로나19 환자들에게 투여해본 결과 에볼라, 에이즈(후천성 면역결핍증), 독감(인플루엔자), 간염의 치료제나 신약 후보물질이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들 약의 성분은 바이러스가 진화 과정에서 서로 공유한 생존 전략을 공략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병에 모두 반응하는 것으로 과학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한 가지 약이 여러 병에 ‘호환 가능한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코로나19 치료에 이처럼 기존 허가된 약을 활용하는 이유는 신약을 개발할 시간이 없어서다. 이미 처방이 많이 된 약 중 실험실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반응하는 걸 골라 임상에 써보며 가장 적합한 성분을 찾아가는 것이다.

생명연에 따르면 FDA가 판매를 허가한 약은 약 1,700개에 이른다. 국내 과학자들은 이들 약을 대상으로 코로나19에 효과 있는 성분을 더 찾아보고 있다. 코로나19 치료에 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후보 성분을 확인하면 곧바로 동물실험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동물실험은 먼저 쥐를 대상으로 시작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번엔 영장류부터 투여한다. 쥐는 사람과 폐 조직이 너무 달라 코로나19에 잘 감염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과 폐가 유사하도록 쥐의 유전자를 조작할 수도 있지만, 이 과정이 약 4개월이 걸리는 만큼 시급성을 감안해 영장류 실험을 먼저 할 예정이다.

류충민 생명연 감염병연구센터장은 “현재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실험용으로 증식시키고 있고, 곧 동물실험용 원숭이 모델도 준비할 예정”이라며 “빠르면 상반기 중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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