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면서 각국 정부의 리더십도 덩달아 흔들리고 있다. 하지만 민심을 잃어가는 다른 정상들과 달리 기세등등한 한 사람이 있다. 발 빠르고 강력한 조치로 코로나19를 ‘철통 방어’한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다. 지난 10년간 각종 선거를 승리로 이끈 대만판 ‘선거의 여왕’은 이제 내부 입지는 물론이고, 국제적 위상까지 확실히 다질 기세다.
반중(反中) 성향의 차이 총통은 1월 재집권에 성공하자마자 ‘중국 차단’ 정책을 꺼내 들었다. 우한 여행자 입국 금지(1월 22일)→중국인 입국 차단(2월 6일)→5개 공항을 제외한 중국 항공편 운항 중단(2월 10일). 마스크 구매 실명제와 자가격리 위반자 처벌 강화 등 내부 조치도 곁들여졌다. 모두 한 달도 안돼 시행된 대책들이다.
공세적인 방역의 성과는 뚜렷했다. 이웃 한국의 확진 환자(6일 기준)가 6,000명을 넘긴 상황에서도 대만은 확진자 44명(사망 1명)으로 선방 중이다. 민심은 즉각 호응했다. 지난달 24일 발표된 현지 여론조사에서 차이 총통의 지지율은 재선에 성공한 전월보다 11.8%포인트나 오른 68.5%로 나타났다.
외신의 찬사도 쏟아졌다. “중국의 권위주의를 능가한 대만 민주주의(미국 더디플러맷)” 등 호평 일색이다. 특히 중국의 정보 은폐와 대비되는 대만의 투명한 정책 추진이 주목 받았다. 코로나19 효과는 세계 무대에서 대만의 운신 폭까지 넓힐 참이다. 대만주재 미 대사관 격인 미국대만협회(AIT)의 제임스 모리아티 대표는 5일 “차이 총통 재집권 기간 중 대만의 국제적 참여를 확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이유로 세계보건기구(WHO) 등 대만의 국제기구 활동 일체를 막아 온 중국의 명분이 힘을 잃고 있는 것이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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