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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띄운 편지] 집에만 갇혀 있던 꼬마, 치과 가자는 얘기에도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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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띄운 편지] 집에만 갇혀 있던 꼬마, 치과 가자는 얘기에도 “좋아요”

입력
2020.03.07 01:00
수정
2020.03.07 11:28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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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코로나19 적막한 대구 풍경

대구ㆍ경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가 5,000명을 돌파했다. 젊은이들로 들썩거려야 할 대구 동성로 거리는 적막하기만 하다. 지하철 승객은 3분의 1로 줄었고, 그 승객들은 서로 닿지 않으려고 띄엄띄엄 앉는다. 손잡이도 잡지 않으려고 애써 무게 중심을 잡는다. 사람들은 마스크를 사려고 새벽 2시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상점은 대 여섯 군데 거쳐 하나 쯤 열려있지만, 재료가 없어 장사를 못하는 형편이라고 한다. 그렇게 붐비던 대구의 명물 소고기 국밥집도 고작 서너 테이블에 손님이 있을 뿐이다. 코로나19가 바꾼 대구 풍경이다.

얼마 전 대구보훈병원에서 근무하는 막내 처제가 확진자와 직접 접촉하여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처제는 자가격리 생활수칙에 따라 생활하는 것이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라고 하소연 했다. 방문을 꼭 닫고 있지만 간간히 창문을 열어 환기할 때면 딸에게 병을 옮기지는 않을까 불안해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화장실이 두 개라는 사실. 화장실이 하나인 집은 사용 후 매번 소독을 해야 하는데, 소독약 구하기도 힘들어 다른 식구들은 멀리 집밖에 있는 공공화장실을 이용한다고 한다. 엄마가 독방에 갇혀있으니 먹는 것은 아직은 어설픈 딸이 지은 밥과 김치, 계란프라이 정도다. 식사 때마다 엄마와 딸은 죄수와 교도관이 되어 방문 앞으로 밥을 가져다 주며 ‘슬기로운 감방 놀이’를 했다고 한다. 다행히 처제는 검사 후 자가격리가 해제돼 업무에 복귀했다.

부인과 함께 수제품가게를 운영하는 한 중년 남자의 이야기다. 본가에 홀로 사시는 노모께서 갑자기 기력이 쇠해져서 혹시나 싶어 검사를 받았는데 확진자로 판정되었다. 기저질환이 있어 빠르게 병원을 지정 받아 입원시켰는데 자신은 자가격리자가 되었다. 부인과 딸은 할머니를 접촉한 한 적이 없으니 가게를 이용해달라고 간절한 호소를 보내왔다.

한 지인은 북부지역에 사는 친척이 퇴원하는데, 병원비를 내주려고 전화를 했더니 대뜸 “대구 사람이냐”고 물으면서 “다른 지역 사람을 보내라”고 한다며 볼멘소리를 했다. 예전에 큰 수술을 받은 적이 있는 친한 선배는 대구가 답답하고 무서워서, 평소 친하게 지내는 대학동기에게 “서울에 있는 너희 집 근처에 방하나 얻어서 한 달만 있으면 좋겠다”고 하소연을 했다. 돌아 온 대답은 “주변에 대구 사람인 것을 속일 수는 없으니 입장이 곤란하다”는 것이었다.

대구는 코로나19 광풍으로 인종차별 같은 지역차별이 체감된다. 지금 대구 사람은 불가촉천민(不可觸賤民)이 되어 버렸다. 전국 대부분 사람들은 대구에 가면 코로나 바이러스가 둥둥 떠다니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듯하다. 아! 우리는 대구라서 죄인인 시대에 살고 있는가.

내 일터가 대구스타디움 인근이라 점심시간을 이용해 그곳에서 산책을 자주 한다. 며칠 전 스타디움 주차장에 차량선별진료소가 설치되었다. 첫날엔 승용차가 줄을 잇더니 오늘(5일)은 한산했다. 그 아래 있는 인라인 스케이트장에는 확진자를 버스에 태워 어디론가 실어 보내고 있었다. 경계선에 서서 방호복을 입은 근무자에게 현황을 물어봤다. “어제는 확진자 100여명을 이송했고, 오늘 오전에는 청주병원과 상주지역 의료원으로, 오후에는 칠곡 천주교 한티피정의 집으로 보낼 예정”이라며 “어제보다 더 많을 것 같다”고 했다. 딱히 교대순번이 정해지지 않아 계속 근무 중이라며 조금은 짜증스럽고 지친 듯했지만, 자신은 대구시 공무원이라며 사명감에 찬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멀리서 볼 때 하얗던 방호복을 가까이 가서 보니, 방호복이나 사람이나 때가 묻어 꾀죄죄하고 지친 흔적이 역력하다.

대구시민들은 스스로 자가 격리 중이다. 오늘 엄마와 내원 한 여섯 살 난 꼬마는 치과에 이를 뽑으러 가자는데도 좋다며 따라 나섰다고 했다. 열흘 동안이나 아파트에 갇혀 지냈다고 한다. 대구 확진자를 타 지역으로 이송하는데 그곳에서 항의 데모를 한다는 소리가 들리지 않으니 다행이고 고맙다. 평소 연락이 뜸하던 멀리 사는 일가친척과 친구들이 안부 전화를 걸어오고 어렵게 구한 마스크도 보내준다. 지금 대구사람들은 코로나19가 누구의 탓이라며 정치, 종교 등을 원망하는 비판적인 생각보다는, 어떻게 하면 마스크와 생필품을 구해 자신과 가족을 지킬 수 있을까, 하는 소시민적 삶을 이어가기에도 벅차다. 대구는 길거리를 혼자서 걸어갈 수만 있어도 축복이라는 사실을 실감한다. 삶의 사고와 행동에는 많은 영역과 그에 따른 형이상학적 논리가 무한대로 분류된다. 모두가 인간다운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은 거룩하고 숭고한 명제이지만 지금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은 것 같다.

성군경 시인ㆍ치과전문의

1958년 대구 출생

시집 ‘흔들리지 않는 건들바위 판자촌’ ‘벚꽃도 거리에 날리더라’

낙동강문인협회 회장

한국시민문학협회 회장

‘사랑니치과’ 원장(치과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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