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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막말 후 김정은 친서… 北 또 양면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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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막말 후 김정은 친서… 北 또 양면 전략

입력
2020.03.05 18:59
수정
2020.03.06 00:28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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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첫 담화서 靑 원색 비난했지만 文대통령 비난은 없어

친서 전달로 극적 효과 노린 듯 “金, 정상국 수장 과시” 분석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사진은 지난 2019년 3월 2일 김정은 북 국무위원장 베트남 방문 당시 호찌민 묘 참배를 수행한 김 부부장의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사진은 지난 2019년 3월 2일 김정은 북 국무위원장 베트남 방문 당시 호찌민 묘 참배를 수행한 김 부부장의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문재인 정부를 향해 날 선 ‘말 폭탄’을 쏟아내던 북한의 태도가 급변한 이유는 뭘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낸 사실이 공개되자 3일 밤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청와대를 격하게 비난하는 담화를 냈던 배경이 미스터리라는 얘기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일단 냉온탕을 오가는 북한 특유의 대남 전략으로 해석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친서를 보내기 직전 사흘간 남북관계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북한은 2일 낮 12시 37분쯤 강원 원산에서 단거리 발사체(초대형 방사포)를 발사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첫 군사 도발이었다. 청와대는 같은 날 오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긴급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강한 우려’를 표명하는 비판 입장을 냈다.

그러자 북한은 즉각 발끈했다. 3일 오후 10시 30분쯤 ‘청와대의 저능한 사고 방식에 경악을 표한다’는 원색적 제목의 담화를 발표했다. 북한의 로열패밀리이자 노동당 선전선동과 조직지도를 책임지는 실세 김 제1부부장 명의의 첫 담화여서 파장은 컸다. 특히 ‘완벽하게 바보스럽다’ ‘저능하다’ ‘주제 넘는다’ 등의 격한 표현을 여러 차례 사용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5일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위로의 친서를 보낸 사실이 공개되면서 김 제1부부장 담화 발표 배경을 두고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얼핏 보기엔 북한의 최고 권력자인 김 위원장과 김 제1부부장의 메시지가 모순된 것처럼 비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김 제1부부장 담화에서도 문 대통령에 대한 직접 비난은 없었다”며 “북한이 청와대의 대북 정책 접근 방식에 대한 불만이 있지만, 문 대통령에 대한 신뢰는 유지하고 있다는 뜻으로 두 메시지의 맥락은 다르지 않다”고 해석했다.

담화에서 김 제1부부장은 “대통령의 직접적인 입장 표명이 아닌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며 문 대통령은 비난하지 않는 식으로 여지를 두기도 했다. 북한이 친서 전달의 극적 효과를 감안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정상국가’의 수장임을 과시하고 싶어하는 김 위원장의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도 있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김 위원장은 남북관계 현안과는 별개로 의견을 피력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면 정상국가의 지도자로서 행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김 제1부부장을 통해선 군사훈련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대남 비난 메시지를 냈지만, 김 위원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를 인도적 사안으로 보고 별개로 위로 메시지를 내는 식이었다는 얘기다. 실제 김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모친상을 당한 문 대통령에게 조의문을 보냈지만 다음날 단거리 발사체 도발을 감행하기도 했다.

정부는 남북 간 ‘물밑 접촉’을 강조하는 모양새다. 정부 관계자는 “김 제1부부장의 담화가 경고성 메시지인 것은 분명하지만 상을 엎자는 분위기는 아닌 것으로 보고 있었다”며 “적절한 시기가 되면 남북대화도 재개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특히 국가정보원과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의 물밑 채널 가동이 확인됐다. 정상 간 친서가 오갈 정도인 만큼 곧 남북관계 역시 해빙기를 맞지 않겠냐는 기대도 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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