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보관돼 오던 1960년대 남성 혼례복이 고국 품으로 돌아왔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독일 상트오틸리엔 수도원 선교박물관이 소장한 한국 혼례복 단령(團領ㆍ깃을 둥글게 만든 조선시대 관복)을 박물관으로부터 최근 기증받아 국립민속박물관에 전달했다고 5일 밝혔다.
1960년 전후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단령은 1959년 성 베네딕도회 소속 상트오틸리엔 수도원에서 칠곡 왜관수도원으로 파견된 보나벤투라 슈스터(한국명 주광남) 수사가 수집했다. 그는 1984년 독일로 귀환할 때 해당 단령을 들고 가 1987년 수도원 선교박물관에 기증했고, 1990년 왜관수도원으로 다시 돌아와 수도 생활을 이어갔다.
이 단령은 한국전쟁을 겪으며 경제 사정이 나빠지자 제작한 개량 한복인 것 같다는 게 재단 측 설명이다. 조선시대 관리들이 평상시에 입던 단령은 혼례 때 쓰기도 했는데, 이 단령은 길이가 125.5㎝이고, 옷깃 뒤쪽에서 소매 끝까지 너비는 76㎝다. 겉감은 비단이지만, 안감은 1960년대에 유행한 인조비단 비스코스 레이온을 썼다. 복식사 전문가들은 “한국전쟁 이후 민간에서 착용된 혼례용 단령으로, 정식 관복과는 형태상 차이가 크다”면서도 “오늘날 유사한 옷이 많지 남지 않아 희소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 단령이 한국에 들어온 건 2018년이다. 독일 신부가 1909년 한국에서 수집했고, 노르베르트 베버 총아빠스가 1925년 한국에 머물며 촬영한 무성 영화 ‘한국의 결혼식’에도 등장한 구한말 단령과 함께 재단이 국내로 들여왔고, 지난해 10월 재단과 민속박물관이 두 단령의 보존 처리를 마치고 공개했다. 구한말 단령은 독일로 곧 돌아간다. 테오필 가우스 선교박물관장이 1960년 단령을 기증하기로 결정한 건 유물 상태를 고려해서라고 한다. 단령 보존 처리를 담당한 오준석 민속박물관 학예연구관은 “직사광선에 오랫동안 노출되고, 좋지 않은 환경에서 보관돼 직물 상태가 좋지 않았다”며 “1960년대 혼례복을 연구하는 데 유용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재단은 2016년 선교박물관 유물 실태 조사 과정에서 두 단령을 확인했다.
베네딕도회 오틸리엔연합회 측의 문화재 반환은 처음이 아니다. 2018년에도 조선 후기 보병이 입은 실전용 갑옷인 면피갑(綿皮甲)을 한국에 기증했다. 겸재 정선 화첩을 영구 대여 형식으로 돌려주고, 안드레 에카르트 신부가 한 세기 전에 수집한 식물 표본을 국립수목원에 기증하기도 했다. 국내 최초 양봉 교재인 ‘양봉교지’(養蜂要誌)도 한국에 보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 관계자는 “앞으로도 해외 기관 실태 조사를 통해 새로운 국외 문화재를 발굴하고 심층 조사해 국내외에서 널리 활용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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