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부터 입국 제한 강화... 중국서 오는 승객도 동일조치
한국 여행객에 대한 ‘무비자 90일’ 조치도 일시 중단 방침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5일 “한국과 중국에서 온 입국자에게 지정 장소에서 2주간 대기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그는 사실상의 격리 조치를 발표하면서 일본 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초동 방역 실패에 대한 거센 비판과 도쿄올림픽 연기ㆍ취소 논란 등으로 궁지에 몰리자 국내 감염 확산의 책임을 한국과 중국에 돌리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아베 총리는 이날 총리관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책본부 회의에서 “한국과 중국에서 입국하는 모든 승객에 대해 검역소장이 지정한 장소에서 2주간 대기하고 국내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말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이번 조치를 오는 9일 0시부터 시작해 우선 이달 말까지 실시하겠다고 설명했다. 일본 외무성이 주일 한국대사관에 설명한 내용에 따르면 검역소장이 지정한 장소에는 감시가 따르지 않는 자택이나 호텔도 포함될 수 있다.
일본 정부의 방침에 따르면 이번 조치의 대상에는 한국인과 중국인뿐 아니라 모든 외국인과 일본인까지 모두 포함된다. 한국ㆍ중국에서 출발하는 항공편 도착지는 도쿄 나리타공항과 오사카 간사이공항 등 2곳으로 제한됐고, 선박을 통한 승객 운송은 당분간 중단된다. 또 한국ㆍ중국에서 발행하는 비자의 효력은 정지됐고, 관광 등 목적으로 방문하는 한국인에게 적용하는 ‘90일 이내 무비자’ 입국도 일시 중지된다. 입국 금지 대상 지역에는 현재 중국 후베이성과 저장성, 한국 대구와 경북 청도에 경북 경산ㆍ안동ㆍ영천시와 이란의 일부 지역이 추가됐다.
이를 두고 아베 총리의 정치적 승부수라는 해석이 나온다. 크루즈선 대응 실패와 일본인 하선자에 대한 안이한 후속 조치, 지역감염 확산 우려, 도쿄올림픽 취소 가능성 공론화, 잇따른 측근 비리 등으로 정치적 입지가 좁아지자, 입국 제한 조치를 통해 국내적인 불만 해소에 나섰다는 것이다.
향후 추이에 따라 한일관계는 다시 격랑에 빠져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3ㆍ1절 기념사를 통해 코로나19 위기를 함께 극복해가자고 제안한 상황에서 일본이 입국 제한으로 해석될 만한 조치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호주도 이날 한국 출발 또는 경유하는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제한했다. 인도네시아는 지난 2주간 대구ㆍ경북을 방문한 외국인의 입국과 경유를 금지했다.
한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오는 4월로 예정돼 있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국빈 방일을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외교부도 이를 확인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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