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5일 본회의를 열고 인터넷은행 대주주의 자격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을 표결에 부쳤지만 부결됐다. 해당 개정안은 인터넷은행 대주주의 한도초과 지분보유 승인 요건에서 공정거래법 위반(벌금형 이상) 전력을 삭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법안이 통과되면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이 있는 KT가 인터넷은행 케이뱅크의 최대주주로 도약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이날 법안 처리 향배에 관심이 쏠려 왔다.
이날 표결에 나선 국회는 재석의원 184명 가운데 찬성 75명, 반대 82명, 기권 27명으로 개정안을 부결시켰다. 해당 법안은 4일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만큼 본회의 가결이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예상돼왔다. 하지만 실제 표결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등에서 대거 반대·기권표가 나왔다.
이들 정당에서는 표결에 앞서 이어진 찬반 토론에서도 반대 의견이 쏟아졌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대주주 자격을 심사하는 대상 법률에서 공정거래법을 빼는 것은 KT라는 특정기업을 위한 분명한 특혜로 이 법이 불법기업의 면죄부가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채이배 민주통합의원모임 의원도 “이번 개정안은 독과점, 갑질, 담합 등 공정거래법을 위반해 공정한 시장질서 해친 자도 은행 대주주가 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라는 뜻을 분명히 했다.
민주당에서 대거 반대표가 나온 배경에는 이날 본회의 직전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의 자유 토론도 영향을 준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비공개 의원 총회에서는 특히 홍영표 의원, 박용진 의원 등이 ‘반대’ 의견을 분명히 하며 부결의 배경을 조목조목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영표 의원은 이 자리에서 “과거에도 인터넷은행법 통과 과정에서 KT 편법 특혜에 대한 논란이 있었고, 당시에 세 번이나 공정거래법 처벌을 받은 KT가 특혜를 받는 건 무리가 있다는 당내 의견 속에 인터넷은행법을 통과시킨 바 있다”며 “오늘 상정 법안은 그런 과거 과정과 배치되는 게 아니냐”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런 법과 은행의 시장질서를 침해하고 특권을 누린 특정기업에게 특혜가 돌아가는 법안을 국회가 통과시켜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라며 “부결시켜야 한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용진 의원도 자유 발언에서 “저도 비슷한 생각”이라며 “특혜 보다 더 큰 문제는 유독 인터넷은행만, 조세처벌법 공정거래법 처벌받아도 상관 없는 걸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며 “이건 규제완화가 아니라 특혜”라고 힘 줘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해당 의총 직후 표결을 각자의 소신에 맡기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찬대 원내대변인은 개정안 부결 직후 “본회의에서 표결 직전 찬성 토론도 있었지만, 법이 통과돼야 한다는 이유로 ‘이미 합의를 했으니까’라는 것만 강조하는 내용이었다”고 부결 배경을 설명했다.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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