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인권 발언 두고 비난 고조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모든 여성은 6명의 아이를 낳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성ㆍ아동인권을 침해한 것은 물론, 파탄 난 국가경제를 외면한 무책임한 발언이란 비난이 거세다.
4일(현지시간) 현지 일간 엘나시오날에 따르면 마두로 대통령은 2일 정부의 임산ㆍ출산 정책을 홍보하는 자리에서 여섯 번째 아이의 출산을 기다리는 여성을 격려한 뒤 “모든 여성은 국가가 성장할 수 있도록 6명씩 자녀를 낳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에 가장 중요한 것은 ‘임신한 여성’이라며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라고 언급했다.
마두로가 출산을 장려한 것은 정권 출범 후 극심한 경제난으로 국민의 탈출 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는 현실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현지 여론조사기관 콘술토레스21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베네수엘라 전체 인구 3,180만명의 15~19%가 고국을 등진 것으로 추산됐다.
여성계는 즉각 반발했다. 수도 카라카스의 여성단체 아베사는 “여성은 자궁보다 훨씬 많은 권리를 가진 시민”이라며 마두로의 저급한 성(性) 감수성을 비판했다. 의료체계 붕괴가 촉발한 열악한 양육환경을 도외시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니세프는 최근 2013~2018년 베네수엘라 내 아동 13%가 영양실조에 걸렸다고 공개했다. 현지 정부 통계만 봐도 2016년 1세 미만 영아 사망률은 30%, 산모는 65%에 달해 생존권까지 위협받는 상황이다. 인큐베이터와 같은 기본 장비가 부족하고, 임신부가 필수 영양제를 섭취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비난 여론이 고조되자 정부는 이듬해부터 아예 관련 자료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
야당 의원인 마누엘라 볼리바르는 이날 트위터에 “산모는 모유 수유를 할 수 없고 분유는 비싸서 살 수도 없다”며 기본권 보장마저 힘든 정부 정책을 꼬집었다. AFP통신도 “경제난이 청년들의 성생활도 어렵게 하고 있다”면서 “젊은 층은 콘돔이나 피임약 살 돈을 마련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베네수엘라의 낮은 출산율(2.32%ㆍ2016년 기준)이 단순히 여성이 아이를 낳지 않아서가 아니라 국가 경제난에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이다.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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