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이외 지역 집단감염 확산 우려... 어린이집ㆍ사회복지시설 휴원 2주 재연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일일 발생 확진환자 규모가 이틀 연속 500명 이하를 유지했지만 방역당국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대구 이외 지역에서 집단감염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서다. 중국 후베이성 입국자들에 의한 발병확산(1차 쇼크)에 이어진 대구지역의 대유행(2차 쇼크)이 진정세로 접어들더라도 다른 지역에서 ‘3차 쇼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하다. 집단감염에 취약한 종교시설이나 장애인ㆍ노인 입소시설 등을 통해 신종 코로나가 지역사회로 깊숙이 전파될 가능성도 높다. 실제 5일까지 경북 봉화군의 한 요양원에서 입소자 49명이 무더기로 신종 코로나 확진판정을 받으면서 이러한 우려가 현실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는 이날 경산시를 대구와 경북 청도군에 이어 세 번째로 감염병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하고 환자 발굴작업을 더욱 강화하는 한편, 전국 어린이집과 사회복지시설 휴원 종료일을 8일에서 22일로 2주 연기했다.
전국에서 매일 새롭게 확인되는 신종 코로나 확진환자 규모는 서서히 감소세를 띄고 있다. 2차 쇼크의 진원지로 지목돼 환자 발굴작업이 집중된 신천지 관련 유증상자에 대한 조사와 검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다. 5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 사이 일간 신규 확진환자 규모는 지난달 28일 오전 9시 기준 전날 같은 시간보다 909명 늘어나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조금씩 감소했다. 4일 하루 기준으로는 435명까지 떨어졌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은 “대구의 신천지 신자들 가운데 유증상자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됐고, 증상이 없는 경우에도 검사가 이뤄지고 있어서 (신규 확진환자)가 점차 줄어들 가능성이 있어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미국 블룸버그통신도 이날 국내 상황을 보도하며 증가세가 눈에 띄게 둔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방역당국은 긴장을 늦출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전국 확진환자의 89%가 대구ㆍ경북에서 발생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이 병원이나 생활치료센터로 격리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면서 이미 2차, 3차 감염 사례를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방역당국은 타 지역의 종교시설과 각종 단체입소시설에서의 집단감염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이미 경기 수원시 생명샘교회에서 예배와 식사를 함께한 신자 등 10명이 집단감염된 상황이다. 권준욱 중대본 부본부장은 “환자 규모가 줄어드는 듯 보여도 한정된 모수(신천지 신도)에서 확진환자를 찾아냈기 때문”이라면서 “이미 그 집단에서 바깥으로 여러 경로의 다리를 만들었을 것이고 바이러스가 그 다리를 타고 다른 유행의 물결을 일으킬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권 부본부장은 “느슨해진 틈을 타서 병원체가 뚫고 들어오는 것이 과거의 경험이어서 방심해선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역시 지난 1월 20일 국내 첫 신종 코로나 환자가 발생한 이후 이제까지 한번이라도 유행이 멈추거나 진정상태로 접어들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러면서 ‘3차 쇼크’를 대비해 정부가 보다 강력한 대책을 내놓는 한편, 국민들도 경계심을 풀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일일 신규 환자 규모가 200~300명대로 줄어들면 조심스럽게 감소 추세라고 볼 수 있겠지만 아직은 아니다”라면서 “현재 정부가 시행한 조치들이 유행세를 꺾을 만한 과감한 조치들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대구 이외 지역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효율적으로 통제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면서 “학계가 확산세를 산출해낼 수 있도록 정부가 최근 새롭게 발생한 환자 수천 명의 역학자료를 공개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신형식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병센터장 역시 “신천지 관련 신규 환자 규모가 줄어든 것은 정부가 방역을 잘해서 그런 것”이라면서도 “신천지와 관련 없는 환자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어 안심할 수 없다”라고 경고했다.
전국의 누적 확진환자 규모는 5일 오후 4시 기준 6,088명으로 전날 같은 시간보다 467명 늘었다. 이날 오전 0시 기준으로 격리 해제된 확진환자는 전날보다 47명 늘어난 88명이었다. 사망자는 이날 42명으로 증가했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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