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중정치’ 4ㆍ15총선 영향은]
10명중 4명은 아직 ‘보수 밖’에… 박근혜 등판으로 복귀 명분 잃어
“태극기 세력 포용” 찬반 팽팽… 중도층 끌어안기도 악재 가능성
4일 공개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 서신이 40여일 앞으로 다가온 4ㆍ15 총선변수로 떠올랐다. 당장 박 전 대통령 옥중 서신을 놓고 보수진영 내부에서도 엇갈린 해석이 나오면서 이번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가늠하기 힘든 분위기다. 다만 3년 전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새누리당(현 미래통합당)을 떠났던 지지층 중 돌아오지 않은 소위 ‘스윙보수’ 층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이 내놓은 메시지를 두고 통합당은 물론 자유공화당 등 보수 진영은 5일 여러 해석을 했다. 보수 진영 내부에서 설왕설래 하는 분위기라 선거에 미칠 영향을 예단하기 어렵다. 다만 국정농단 사태 이후 새누리당 지지를 거두고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 정당 지지로 이동하거나 지지정당을 결정하지 않은 ‘스윙보수’ 층 표심에 가장 민감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일보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이달 1, 2일 실시한 조사(만 18세 이상 성인 남ㆍ녀 1,000명 대상)에서 ‘스윙보수’ 층 비율은 41.3%였다. 민주당(11.8%)과 민생당(2.1%), 정의당(1.9%) 국민의당(1.6%)으로 흩어져 있거나, 지지정당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지지정당 없음 14.2%ㆍ모름 무응답 4.2%)으로 조사됐다. 반면 탄핵 정국 이후에도 여전히 통합당(57.8%)과 우리공화당(1.0%)을 지지하는 ‘잔류보수’층은 58.8%였다.
통합당 등 보수 진영 입장에서 이번 선거를 승리하기 위해 ‘스윙보수’층의 결집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미래통합당으로의 통합 효과가 일단 ‘스윙보수’층에서 크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한국일보-한국리서치가 통합 전인 지난해 12월 29, 30일 실시한 조사에서 ‘스윙보수’층 비율은 35.1%로 오차범위 내에서 별 차이가 없었다. 통합에도 큰 변화가 없는 ‘스윙보수’ 층에게 박 전 대통령 옥중 메시지가 미칠 영향도 긍정적이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스윙보수의 형성 자체가 박 전 대통령 탄핵 때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를 상기시킬 수 있는 옥중 서신이 보수로 돌아올 만한 명분을 주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 정한울 한국리서치 전문위원은 5일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가 현재의 통합당에게 유리할 수 있지만, ‘스윙보수’ 층에는 돌아갈 명분을 뺏을 가능성이 높다”며 “보수 진영 전체로 보면 공천 과정 등에서 긍정적인 통합당 모습이 (박 전 대통령 옥중 서신으로) 상쇄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총선에서 보수야당에 표를 주지 말아야 한다’고 응답(23.6%)한 옛 새누리당 지지자의 31.0%가 그 이유(복수응답)로‘최순실 사건과 대통령 탄핵에 제대로 책임지지 않는 것 같아서’를 꼽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흐름은 스윙보수는 물론 잔류보수까지 박 전 대통령이 언급한 ‘태극기 세력’과의 관계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데서도 드러났다. 이번 조사에서 ‘통합당이 태극기 세력을 끌어안아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탄핵 이전 새누리당 지지층에서는 ‘그렇다’(45.5%)와 ‘그렇지 않다’(43.4%)는 답변이 팽팽하게 나타났다. 중도층에서도‘그렇지 않다’는 응답이 61.1%로 월등히 높았다. ‘그렇다’고 답한 응답자는 23.2%에 그쳤다. 박 전 대통령 옥중 서신이‘중도층 끌어오기’에는 악재가 될 수 있다. 통합당의 한 관계자는 “보수 진영 내부에 미칠 영향도 섣불리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다만 중도층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번 조사는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으며,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3.1%포인트다. 조사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3개 통신사의 안심번호(고객 정보를 가린 가상번호)에서 표본을 추출했다. 기타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